'청옹성' 삼성‧잠실‧가락동…두 달 사이 매맷값 7억‧4억‧2억원 '뚝'
노도강 '영끌족' 대출금리 인상에 급매 물량 증가
"매물량은 늘었지만 사겠다고 하는 매수자 없어"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 지역에서 최고 7억원 가까이 빠진 가격에서 거래된 매물이 나오는 등 호가 하락 매물이 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 인상과 더불어 정부가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배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집주인들이 절세를 위해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거래량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6.13 ymh7536@newspim.com |
◆ 서울 지역 6주 연속 매매가격 상승률 보합‧하락 '왔다갔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하락해 6주 연속 하락폭을 유지했다. 서울 지역은 지난달 2일 0.01%로 반짝 상승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1월 24일 이후 -0.02%~0.0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국과 서울 지역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새 정부 들어 시행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규제완화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5월부터 다주택자에게 최고 82.5%(지방세 포함)를 적용하고 있는 양도세를 일반세율로 적용하는 방안이 1년여간 적용했다. 이에 따라 6월1일 기준 보유세 부과 기준일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일부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매도호가를 낮춘 급매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8일 직전 거래(4월 17일‧26억5000만원)보다 4억원 내린 22억50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송파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면적 84.99㎡는 지난달 21억4000만~21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초 23억7000만원 대비 실거래 가격이 2억원 가량 내렸다.
7억원이 떨어진 매물도 나왔다. 지난달 24일 거래된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84㎡는 직전 거래(4월 30일‧27억 8000만원)보다 7억7000만원 빠진 20억1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다만 이 거래는 매도·매수자의 인적사항과 중개거래가 아닌 매도자·매수자 간 직거래인 점을 감안할 때 친인척간 거래로 판단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최근 강남권에도 매도호가 하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2.05.17 pangbin@newspim.com |
◆ 노도강 주요 단지 석 달 새 매맷값 30% 가량 빠져...주담대 연 이자율 7%시대 성큼
대표적 서민주거지역인 노원·도봉·강북구 이른바 '노도강'에서는 더 큰 폭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젊은층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들이 대거 물리면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치솟았던 단지들의 매맷가격이 수억원 가량 빠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해당 지역의 거래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노도강 지역의 현재(6월 13일)기준 아파트 거래량은 2779건으로 전년 같은 보다(4360건) 36.26%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거래는 감소한 반면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 이날(13일) 기준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 매물은 83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39건) 보다 38.22% 늘어났다.
매물이 증가하면서 매맷값은 떨어지고 있다. 도봉구 창동 '주공 3단지' 전용면적 66.56㎡는 지난해 11월 8억 9500만원(12층)에 손바뀜됐지만 불과 반 년 뒤인 이달 12일 7억 2000만원에 거래됐다.
6개월 새 가격 하락 폭이 1억7500만원(19.6%)에 달했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 8단지' 전용면적 49.72㎡의 실거래가는 올해 2월 5억9000만원에서 이달 4억2000만원으로 3개월 만에 1억7000만원(28.8%) 내렸다.
주공 8단지 인근 F공인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주택을 처분하려 하는 급매가 쏟아졌다"며 "여기에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젊은층과 신혼부부 등이 집을 처분하려고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창동 주공 3단지 주변의 T공인중개 사무소 대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양도소득세 중과로 인해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가 없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가격을 많이 낮춘 급매 위주로 거래되며 실거래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거래 위축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크게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4.33~6.80%로 최고금리가 연 7%에 육박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4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88~5.63%였지만 6개월여만에 최고금리가 1.17%포인트 급등했다.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도 6%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날 기준 이들의 해당 금리는 3.55~5.429%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세금 등으로 인해 서울 지역에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격 부담감에 여신규제, 대출이자 부담 등이 커지고 있어 거래가 회복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울 외곽 지역에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당장은 집을 팔지 않고 버티겠지만 연말까지 금리가 계속 오르면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자비용이 늘고 신용대출 만기 연장 등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영끌족으로서는 주택 처분을 고민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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