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언급할 것 아냐"에서 "과거 전례 따라"로 진전
이재용, 신동빈, 김경수 등 포함, 사면폭에 되레 관심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형집행정지 신청에 따라 복역중인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관심을 받고 있다. 특별사면은 신중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우선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결단 여부에 달려 있어 윤 대통령의 의중에 정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갈라진 민심 수습, 코로나 19사태 극복, 대화합을 통한 국운 재도약 등 명분은 충분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후보 시절 MB 사면의 필요성을 말했는 데 지금도 변함없나'란 질문에 "이십몇 년간 수감생활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과거 전례에 비춰서 해야 한다"라며 특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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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19 mironj19@newspim.com |
이는 전날 출근길에 같은 질문을 받고 "거기에 대해서는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 답변에서 긍정적, 적극적으로 나아간 입장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사면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면이 고도의 정치행위임을 전제하며 "그만큼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며 "어제 답변은 '아직 얘기해야 할 때가 아니다' 이렇게 읽었고, 시점이라는 것도 당장 이번달에 하고 이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논의해보자 이런 뜻으로 봤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 말씀하셨기 때문에 갑자기 급물살을 타고 이런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인 만큼 형이 확정돼 수감중인 정재계 인사 중 꾸준히 사면 여론이 제기돼 온 몇몇 인사도 함께 한다면 의미가 더할 것이란 기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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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이 전 대통령은 이달초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 발에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며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전언이다.
교정 당국이 이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심사를 하게 되면 수용될 가능성이 크며 이럴 경우 이 전대통령은 빠르면 이달중에도 석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첫 대사면을 하게 된다면 오는 8.15 광복절이 가장 유력하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특별사면 대상에 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B 사면론'은 지난해 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복권하자 형평성 차원에서 크게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말까지 'MB 사면'문제를 놓고 고심했으나 부정적 여론을 이유로 들며 실행하지는 않고 공을 윤 대통령에게 넘겼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민 통합과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사면에 나서겠단 뜻을 수 차례 밝혔다. 또 새 정부에서는 정권 실세들이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구성된 만큼 정치적 공감대 형성은 이미 돼 있다는 평가이다. 다만 시기만이 남은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됐다가 한 분(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가셨고 또 한 분이 계속 수감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형평성 차원이나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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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청사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천안함 피격사건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포격전, 목함지뢰 사건 등 북한 도발 사건에 맞선 호국영웅들과 희생자 유가족 등을 초청해 개최한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오찬간담회에 앞서 순국장병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2022.06.09 |
일각에서는 사면폭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정부 말기 사면론이 부상했을 때부터 정재계 인사들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서는 형기가 10여개월 남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일부 야권 인사를 포함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가석방됐지만 사면이 안 돼 경영에 본격 참여할 수 없고 매주 재판이 열려 해외출장에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조바이든 대통령과 방문하고 국무회의 시간에 반도체 공부를 각료들에게 요청하는 등 삼성전자의 역할을 각별히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협치 등을 우선적으로 챙기고 있다"며 "과거 정부 관례대로 사면과 관련된 각종 정무적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c84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