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데이트 폭력' 표현에 피해자 유족 소송
"정치적 목적 명예훼손…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조카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 측이 당시 변호를 맡았던 이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가족 연쇄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는 9일 A씨가 이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2022.06.07 kilroy023@newspim.com |
A씨 측 대리인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피고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자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인권변호사라고 수차례 주장하면서도 과거 변론한 일가 연쇄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호도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원고가 입은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라고 소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변호인으로서 작성한 변론요지서와 직접 변론했던 공판조서 등을 제출받아 피고가 합당한 변론을 한 것인지, 피고의 주장대로 데이트 폭력에 불과한 사건인지 입증하고자 한다"며 당시 사건 기록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 측 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가 이날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재판은 4분 만에 종료됐다. 다음 기일은 오는 8월 11일 열린다.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의원 측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소송을 제기한 지 오늘이 정확하게 7개월째인데 피고 측에서 답변서도 늦게 냈고 대리인 선임도 늦게 했다"며 "나승철 변호사가 수원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는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의 피조사자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불출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 의원 측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또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의견 표명은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일가족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구체적 사실을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으로 둔갑시켜 사실을 호도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특히 당시 대통령 후보로서 정치적 목적으로 한 표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비판했다.
또 "원고는 이 사건으로 부인과 딸이 참혹하게 살해되고 본인도 중상을 입었는데 피고는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 조카의 친삼촌으로서 16년 동안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라며 "데이트 폭력이라는 허위사실 주장은 피고 본인이 했는데 왜 사과는 대리인이 (서면으로) 대신 하느냐며 분노한다는 입장"이라며 A씨의 의견을 대신 전했다.
앞서 이 의원의 조카 김모 씨는 지난 2006년 5월 헤어진 여자친구 B씨의 서울 강동구 자택에 찾아가 B씨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 의원은 김씨의 1,2심 변호를 맡을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같은 해 12월 이 의원이 조카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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