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 배터리 음극재 감싸는 '구리막'
'없어서 못 판다'...전기차 급성장에 공급부족
전고체배터리, 동박→니켈박 교체 가능성
SKC, 동박 해외공장 신설 및 니켈박 연구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일진그룹이 동박을 생산하는 계열사인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추진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대한 궁금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높은 동박은 공급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추진 이유에 대해 일진그룹 대기업 지정에 따른 부담 해소,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 부담, 차세대 배터리로 진화되면서 동박의 역할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최근 최대주주인 허재명 대표이사의 지분 53.30%를 매각하기로 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3조원 안팎이며, 소수의 국내외 대기업과 글로벌 사모펀드 측에 티저레터(간단한 투자설명서)를 보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사진=SKC] 2020.08.20 yunyun@newspim.com |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이다. 구리를 얇고 넓고 길게 펴는 게 핵심기술인데, 두께가 머리카락 15분의 1에 불과해 기술적인 장벽이 높아 후발업체들의 추격이 쉽지 않다.
특히 과거 동박 시장은 일본 기업이 주도했지만 전기차 성능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동박에 대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면서 현재는 SKC의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중국 왓슨, 대만 창춘 등 공급 업체들이 손에 꼽힐 정도다.
전기차 1대에 동박 40kg가량이 사용되는데,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동박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SNE리서치는 자동차 배터리용 동박 수요가 지난해 26만5000톤(t)에서 2025년 74만8000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배터리 소재들과 마찬가지로 동박업체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로 생산 능력 확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4일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일진머티리얼즈 일렉포일 공장 준공식에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오른쪽 네번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오른쪽 두번째),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오른쪽 세번째), 아방 조하리 사라왁 주지사(가운데), 아왕 텐가 사라왁 부주지사(왼쪽 네번째)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진그룹] |
SK넥실리스는 최근 증설 작업을 마친 전북 정읍공장(5만2000t)과 내년 하반기 양산 목표인 말레이시아 공장(5만t), 2분기 착공 예정인 유럽 폴란드(10만t), 올해 내 부지 선정 확정 예정인 미국(5만t) 등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연 25만t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중견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에 SK넥실리스는 지난해 SKC와 KDB산업은행이 맺은 금융협약을 바탕으로 5000억원의 유럽 증설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증설을 거듭한 SK넥실리스의 시장점유율은 일진머티리얼즈를 앞서고 있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지난해 기준 기업별 동박 시장점율을 보면 SKC의 자회사인 SK넥실리스(22%),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 일진머티리얼즈(13%), 중국 자위안커지(9%) 순이다.
일각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동박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현재의 동박이 다른 소재로 대체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전고체에 함유된 황산화물이 동박을 부식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박에 니켈 성분을 코팅하거나 니켈박으로 소재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아직까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알 수 없고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가 생각보다 오래 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고체 시대로 넘어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동박은 계속 쓰일 수밖에 없다"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도 현재 충전속도, 성능, 안전성 등에 대한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K넥실리스는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SK넥실리스는 니켈박을 개발하고, 공정에 적용하는 방안까지 연구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도 새롭게 진출하면서 경쟁력도 향상시켰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사진=SKC] |
지난해 SJL파트너스, BNW인베스트먼트, 키움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 넥세온에 8000만달러(약 940억원)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넥세온 지분 일부와 실리콘 음극재 사업권을 확보했다. 올해 안에 실리콘 음극재 사업 운영회사를 설립해, 2024년부터 양산을 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C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음극재 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실리콘 음극재가 충방전 할때 부피가 팽창하고 수축하는데, 이를 견디는 고강도, 고연신 동박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두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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