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1분기 당기순이익 '어닝 서프라이즈'
IB부문 수수료순익 늘면서 '선방', 트레이딩은 흑자
2Q 이후 실적 전망 장밋빛…연간 순익 1조원 의견도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가 어려운 증시 환경에서도 기업금융(IB) 부문의 강점을 살리면서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코스피가 장중 2600선이 붕괴되는 등 증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금융지주는 비증권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2분기 이후에도 다른 증권사들보다 두드러지는 성적을 낼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075억8800만원으로 시장이 제시한 전망치를 11.2%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야경 [사진=한국투자증권] |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3.37%, 영업이익은 30.29% 줄었으나 증시 거래대금이 줄고 운용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기순이익이 시장 예상을 넘어선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작년보다 50% 가까이 줄었고,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순이익도 전년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지주가 실적 선방에 성공한 비결은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IB 부문이 직전 분기 대비 성장한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져 리테일 부문의 이익은 줄었으나, 주요 계열사들이 견조한 실적을 올리면서 3000억원대의 분기 순이익을 냈다"며 "그 중에서도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IB 부문을 중심으로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에 호황을 보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IB 관련 수수료 수입은 전년보다 7.5% 증가하면서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트레이딩과 상품손익 부문에선 1755억원의 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 대비 26.6% 줄었지만, 전분기(139억원 적자)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발행어음 잔고가 10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8000억원 늘면서 운용손익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홍콩항셍지수(HSCEI)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딩 및 상품 부문에서 양호한 손익을 시현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 연구원은 또한 "발행어음 잔고가 늘고 이자와 배당수익 확대를 추진하면서 평가 및 처분손익의 영향을 축소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부문에서 저축은행은 여신 규모 확대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전년보다 48.5% 줄었으나, 캐피탈은 52.7% 개선됐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반면,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 부문의 순영업수익은 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2%, 전분기 대비 17.4% 줄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금융지주의 다각화된 사업 영역은 2분기 이후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이 성숙산업에 진입한 만큼 한국금융지주의 비증권 자회사 성장 전략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국금융지주의 방어적 매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은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됐던 1분기에 위기 관리 역량을 증명했다"며 "경기 둔화 우려와 높은 금리 수준은 부담스럽지만, 대형 증권사로서 강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힘입어 연간 1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