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까지 청와대 바로 옆 공근혜 갤러리
영상·조각·회화 ·NFT 4개의 섹션으로 풀어내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해리성정체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解離性正體障碍), 즉 다중인격은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존 쿠삭 주연의 영화 <아이덴티티>에서 주인공은 모두 11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 중 하나의 인격이 살인을 저지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처럼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다중인격은 실제로도 존재한다. 킴노블(Kim noble)이라는 화가는 실제로 100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인데, 그 중 20개의 인격이 화가라고 한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 충격적인데, 20개의 화가 인격이 그리는 그림 스타일이 모두 완벽하게 다르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여러 명의 다중인격은 물라도 적어도 둘의 아이덴티티, 혹은 둘의 페르소나는 요즘 주변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부캐 문화'가 그것이다. 부차적인 캐릭터, 즉 제2의 캐릭터를 뜻하는 '부캐'는 제1의 캐릭터를 뛰어넘는 뜻하지 않는 재능으로 대중의 갈채를 받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방송에서 언급되는 부캐문화는 대중적으로도 '멀티 페르소나'가 받아 들여지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MZ 세대의 화가 태킴(Tae KIM·1986-)은 바로 이러한 '다중 페르소나'라는 현대적 징후를 주제로 작업한다. 사실 MZ 세대들은 그들의 '태생적 아이텐티티(natural born identity)' 자체가 다중적일지 모른다.
작가 태킴은 "90년대 인터넷의 보급이후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이들 세대는 이후, 생물학적· 공간적· 제약등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발현되는 가상 공간 속 자아들을 만나며 성장해왔다. 이들은 또한 여러 플랫폼에 걸처 생존하며 타인의 다중 자아들과 교류한다"며 "현실의 물리적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세계 속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자아로 변신하는 것 뿐 아니라 원하는 구미에 맞춰 다양한 자아의 이상적인 형태를 취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졌다."고 강조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태킴, 버추얼 페인팅 및 인터액티브 버튜브 아트(2022) [사진=공근혜갤러리] 2022.05.09 digibobos@newspim.com |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공간의 아바타는 기본적으로 다중 페르소나에 대한 욕구와 현상을 일반화하는 징표다. 이런 현상을 태킴은 '빌려 입은 피부' 혹은 '대여라는 나'라는 표제어로 표현한다.
청와대 바로 옆 공근헤갤러리에서 지난 4월 27일 시작해 5월 22일까지 열리는 태킴 개인전 <빌려 입은 피부>는 영상·조각·회화 그리고 NFT 모두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우리는 캐릭터와 ID를 빌려 가상공간에 접속한다. 다양한 '가상의 피부'를 빌려 활동하는 유저들은 가상의 활동 속에서 점차 신체라는 것과 동떨어져 간다. 작가는 분리될 수 없는 신체와 정신의 혼합체인 몸의 표현을 위해 얼굴 인식을 통해 아바타를 빌려입는 행위를 통해 질문한다. 관람자는 화면을 바라보는 순간 디지털 회화로 만들어진 아바타와 동기화 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인식 당한다.
이처럼 '빌려 입은 피부'는 작가가 직접 그리고 프로그래밍한 총 4개의 아바타로 구성된다. 각 화면에 담긴 아바타들이 일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다가 관객이 다가가면 행동과 표정, 입 모양을 관객과 동일화 시켜 움직이는 얼굴인식 회화 작품이다. 그 발상이 그야말로 MZ세대답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태킴, 얼굴없는 게이머,Idrinksoju_150x120cm_비단위에 채색(2022) 2022.05.09 digibobos@newspim.com |
이는 현실의 인물과 가상공간의 아바타가 일체화 되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아바타를 빌려 다중의 인격체를 갖고 활동하는 현대인들의 실상을 담아냈다.
청와대가 개방되는 5월 10일(화) 부터는 이 작품을 활용한 특별 이벤트도 진행된다. 태킴은 청와대를 상징하는 파란 왕관을 머리에 쓴 '20220510 아바타'를 특별 제작하여 개방일인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시한다. 이 작품역시 모니터에 설치된 아바타가 관객을 따라 똑같이 고개를 흔들고 입을 움직이는 얼굴인식 프로그램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얼굴 인식 디지털 회화 '빌려 입은 피부' 전시작 [사진=공근혜갤러리] 2022.05.08 digibobos@newspim.com |
2021년 온택트 전시에서도 선보였던 <얼굴 없는 게이머-익면의 여러분> 영상 작품은 실제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공간 저너머의 상대 게이머들을 상상하여 실크 위에 그려낸 회화다.
나의 아바타는 가상세계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 활동하고, 또 나는 익명의 아이디(ID)에 숨은 그 누구를 상대로 게임을 하고 있지만, 각자 본인의 신체적인 얼굴은 화면 건너에 존재한다.
대면을 기초로한 사회 관계의 형성은 인터넷 보급 이후 비대면을 통한 관계형성으로 점차 연결되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 이후 강조되는 비대면 연락의 사회적인 일반화는 얼굴을 직접 만나지 않더라고 형성될 수 있는 인간관계라는 새로운 형태의 현대인 관계를 증명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공근혜 갤러리 '빌려입은 피부' 전시 전경 2022.05.09 digibobos@newspim.com |
대상과의 깊은 교류를 하지만 정작 실체 신체적인 특성을 모르고 시도하는 게임 상대의 초상화 작업은 다중자아를 담고있는 신체의 특성을 몰라도 대상을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다. 작가는 게임에서 대화를 나눈 목소리와, 게임 케릭터, 게임을 운영하는 스타일 등으로 추측한 정보 값 만으로 해당 인물들을 그렸다. 작품의 타이틀은 이들이 사용하는 ID다.
NFT 생성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생성 시킨 <조합된 자아>는 초연결 사회 속 '빌려 입은 자아'를 통한 교류와 실체 신체적인 특성과의 괴리감을 통해 가상에서 형성되는 자아와 '빌려 입는 캐릭터들'을 통한 비자연적인 자아의 형상과 그것과 교류하는 것이 익숙한 현대인의 새로운 자아의 인간관계를 바라본다. 인간의 손을 거친 조합이 아닌, 기계가 조합한 확률에 따라 형성되는 새로운 현대인의 자아의 형태를 제너레이팅 페이팅(자동생성 회화)로 탐구한다. 각기 인간의 요소를 담아 조합되는 자아의 수 3.703447349231616e+17(37결 344조) 중 사람이 인식하기 쉬운 단위의 1000개로 한정하여 작업했다.
공근혜갤러리는 오프라인 전시가 종료되는 마지막 주 5월 20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NFT 작 3점을 하루 동안 판매할 예정이다.
작가는 MZ세대에 일반화돼 있는 '굿즈(Goods) 문화'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굿즈 문화는 평면으로 만나는 대상을 물질적으로 실제 소유하는 행위를 통해 만족감을 준다. 화면을 통해 경험하는 타인과의 유대감, 소유욕은 실제감정보다 더 강렬하지만, 이런 찰나의 감정과 욕구는 인간이기에 촉각을 원하는 생물학적인 욕구로 이어진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태킴, '소유의 굿즈' 시리즈 [사진=공근혜 갤러리] 2022.05.09 digibobos@newspim.com |
작가는 손으로 만지고 소유하기 원하는 인간의 자연적·신체적 욕구를 손으로 빚어 복제하는 포슬린 작업으로 질문한다. 18세기 유럽에서 유사 인간으로 아이들 놀이 대상으로 제작된 비스크 인형은, 사용자로 하여금 영혼을 가진 사람과 사물의 중간의 회색지대에 존재한다.
작가는 비스크 인형을 제작하여 가상의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물질을 소유할 수 있는 행위를 제공함으로써 현대인에게 결핍된 소유감을 충족시켜 주고자 했다. 이는 <당근>, <ㅠ> 등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는 단축어로 이름을 붙인 15개의 도자기 인형으로 구성된다. 그의 굿즈들은 이상적인 가상공간과 현실 속에서 순환하는 현대인의 새로운 긴장관계를 담아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Possession Merch-ㅎ, 17x16x10cm,Porcelain(2022) [사진=공근혜 갤러리] 2022.05.09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태킴, '당근' [사진=공근혜 갤러리] 2022.05.09 digibobos@newspim.com |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태킴은 동양화의 탄탄한 붓질을 바탕으로 회화, 조각, 영상, NFT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해 가고 있는 MZ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역시 서울대 동양화학과에서 석·박사를, 영국 런던 'Slade School of Art MFA painting'을 졸업했다.
2021년에는 <Art in Culture> 미술전문가 9인이 선정한 영파워 아티스트 중 한명으로 선정되었으며 2022년에는 영국의 미술전문 잡지 <트레뷰셋(Trebuchet)>에 장작 6페이지에 걸쳐 인터뷰 기사가 소개되었다. 현재 영국·독일· 미국 등에서도 전시를 위한 러브콜이 쇄도하며 미술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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