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 철수 이어 농구단 매각 협상나선 오리온
오리온 "적극 인수 뜻 따른 논의...스포츠 후원 지속"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제과기업 오리온이 건설사업부를 철수한데 이어 자사 농구단 매각 관련 협상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원재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외부 변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제과 등 핵심사업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농구단 매각 협상 오리온..."비핵심 사업 정리와는 무관"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자사 프로농구단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고양 오리온스)'의 매각을 놓고 데이원자산운용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해 말부터 오리온 측에 적극적으로 농구단 고양 오리온의 인수 의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진다. 데이원자산운용은 한국테크놀로지,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사다.
고양 오리온은 1996년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제과 농구단으로 시작해 이듬해인 1997년 한국프로농구(KBL) 원년 구단으로 정식 출범했다. 올해까지 26년째 오리온이 운영해온 셈이다. 현재 오리온은 데이원자산운용 측과 협상 중이며 아직 구체적은 합의나 계약사항이 오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경기 현장. 사진=고양 오리온스 홈페이지 |
일각에서는 최근 불안정한 대외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비핵심사업 정리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말 비주력 사업인 건설사업을 전면 철수한 바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3월 건설부문 계열사인 메가마트, 라온자산개발, 하이앤드디앤씨를 전부 매각해 자회사에서 빠지게 됐다고 공시했다. 제과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오리온은 1997년 부동산 개발사 리온자산개발을 설립한 이후 주거용 건물 개발 및 공급업체인 하이랜드이앤씨, 종합건설업체 메가마트 등 건설계열사를 잇따라 세웠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건설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오리온은 구체적인 매각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장부상 매각예정 비유동자산 규모는 약 235억원이다.
다만 오리온 측은 농구단 매각 협상과 비핵심 사업 정리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농구단 매각 협상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추후 국내 스포츠 발전을 위해 다른 종목을 발굴해 후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중국 등 연이은 대외리스크...본업인 '제과' 집중 수순
오리온은 올해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상하이 봉쇄, 국제 원재료 가격 급등 등 연이은 대외리스크에 시달렸다.
러시아 현지에서 초코파이 인기가 고공행진하면서 지난해 러시아 법인 매출액은 11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4% 성장하면서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러시아법인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급반전 했다. 전쟁 우려 및 루블화 급락 등으로 대외환경이 불안정해진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 현지 마트. [사진=오리온] |
지난달 4일부터는 중국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상하이 봉쇄령을 내리면서 오리온의 상하이 공장이 멈춰 섰다. 오리온 상하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중국 내 공장 생산량의 27.18%를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 공장이 멈춰서면서 일부 생산 차질을 겪은 셈이다.
다행히 최근 오리온 러시아와 중국법인은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법인의 경우 지난달 20% 이상의 가격인상을 단행했으며 전쟁 장기화를 대비해 중국, 한국을 통한 재료 공급 루트를 완비해 당장의 생산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상하이 공장도 지난 13일부터 부분 재개를 시작해 70% 가동하고 있다. 다만 각종 원부자재, 해상운임비 등 전방위적 비용 상승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오리온은 원가 상승 압박과 관련 글로벌 통합구매 등으로 부담을 낮추는 한편 해외 법인별 현지화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지정학적 리스크로 우려가 깊어졌던 러시아법인은 생산, 유통, 판매 모두 원활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원가상승은 업계 전반에 공통적으로 미치는 영향으로 기존 제과 카테고리에서 점유율 확대 및 매출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