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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생사기로 무시한 권력다툼…주인 없는 대우조선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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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 인사' 논란에 대우조선해양 내부 격앙된 반응

[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36년간 일한 사람이 전문가가 아니면 누가 적임자란 말입니까? 도대체 누가, 언제 선임돼야 문제가 없는 겁니까?"

얼마 전 박두선 대표이사(사장) 선임을 두고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대우조선해양 측 관계자가 한 말이다. 격앙된 목소리에선 떨림마저 느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우조선해양이 신·구 정권 대결의 장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선공에 청와대도 지지 않고 맞불을 놓으면서 낯 뜨거운 공방전이 벌어졌다. '몰염치한 처사, 또 하나의 내로남불',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등 지켜보는 국민들 시선이 무색하게 원색적 비난도 쏟아졌다.

박준형 산업1부 차장

인수위는 박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 재익 씨와 한국해양대 동기라는 이유를 들어 '낙하산 인사'로 규정했다. 박 사장은 지난 1986년 대우조선해양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한 뒤 갖은 풍파 속에서도 36년 간 자리를 지킨 '대우조선맨'이다. 2015년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자리에 오른 박 사장은 2018년 특수선사업본부장(전무), 2019년 조선소장(부사장)을 거쳐 이번에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성근 전 사장 임기 만료에 따른 정상적인 선임이라며 반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박 사장을 최종 선임했다. 특히 조선소 일선 현장에서의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알박기로 규정한 것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라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것이란 조선업계 안팎의 기대감은 사라졌다.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인사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취임한 남상태 전 사장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남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특히 부인 김윤옥 여사 측근과의 연루설이 불거지면서 연임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남 전 사장 뒤를 이은 고재호 전 사장은 연임 논란과 함께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고 전 사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실형이 확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은 1997년 IMF 외환위기에 따른 대우그룹 해체로 분할된 뒤 경영난을 겪다 2000년 공적자금이 투입돼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산은은 절반이 넘는 55.7%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우조선에 설치한 경영관리단을 통해 임원 인사부터 재무, 회계 등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공기업은 아니지만 국책은행인 산은이 사실상 회사의 주인 역할을 하면서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간 대우조선해양에는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수차례 민영화가 추진됐지만 여전히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근에는 한국조선해양으로의 인수·합병(M&A) 직전까지 갔다가 독과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후 신·구 정권 다툼에 산은의 경영컨설팅 절차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주인 찾기는 또 다시 미궁에 빠졌다.

정상화가 시급한데 정치권의 흔들기는 도를 넘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인사에 외압이 작용했다거나 위법성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명명백백 밝히면 될 일이다. 정치권의 지나친 관심이 과연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어지는 정치권의 특별한 관심에 매각 무산으로 지칠 대로 지친 대우조선해양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jun89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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