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만에 사건 종결한 검찰…"주장 엇갈리는데 화상조사로 마무리?" 논란
정치권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 면죄부 준 것"
[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과 최성 전 시장의 측근이 작성한 것으로 의혹을 받아 온 이행각서를 수사한 검찰이 2년여 만에 불기소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법조계와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피의자이자 핵심 인물인 최 전 시장의 보좌관 A씨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증거 불충분'으로 참고인 중지 신분이던 이 시장을 혐의 없음 처분했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뉴스핌DB] |
지역 정가에서는 호주 국적 A씨가 2018년 7월20일 출국 후 현재까지 국내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알려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증인의 손짓이나 몸짓, 눈빛 등을 직접 확인하는 것과 하지 않은 건 큰 차이가 있다"며 "이때문에 수사기관도 경미한 사건에서만 화상조사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인데 증언이 엇갈리고 사건의 중대성을 따져 봤을 때 화상조사를 통해서만 수사를 매듭 지었다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행각서 위조 재판 때부터 엇갈린 진술
11일 뉴스핌 취재와 검찰의 불기소결정서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12월 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온 이 시장과 최 전 시장, 보좌관 A씨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
이행각서는 2018년 6월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장 경선을 앞두고 최 전 시장이 공천에서 배제되자 A씨 등이 이 시장을 지지해 주는 조건으로 15가지 항목에 대해 권한을 나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서에는 A씨와 이 시장의 이름이 적혀 있고, 우측에 각각 지문이 찍혀 있었다.
이행각서는 한 언론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2020년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고양시 전현직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A씨 등 최 전 시장의 측근들의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뉴스핌 2021년 12월14 보도, 금품 거래·이행각서 녹음파일 속 고양시장 경선 거래 의혹 등)
이 시장이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후 이행각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사문서행사)를 부인하며 재판을 받아 온 최 전 시장의 측근 B씨는 돌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사건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특히 이행각서에 이름이 적혀 있던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이행각서에 날인된 지문이 자신의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이 진행될 수록 B씨의 진술이 오락가락 했고,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무죄를 받으면 안될 사안인가. 거짓 자백이 의심된다"고도 했다.
결국 법원의 직권으로 지문감정을 한 결과 두개의 지문 모두 B씨 것과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고 재판부는 B씨를 법정구속했다.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이행각서 사본. 2022.04.11 lkh@newspim.com |
◆검찰 "녹취록과 자료, 조사 등 종합적으로 검토"…지역 정가 논란은 '여전'
이후 검찰은 B씨가 이행각서를 위조한 점과 수사 결과 A씨가 자신의 고양시 인사 요구를 이 시장이 받아 들이지 않자 정치적 공세를 펴기 위한 허위사실을 과장해 발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시장도 검찰조사에서 "A씨가 비서실 등으로 채용된 직원에 대해서 추천한 사실이 없다"며 "능력을 인정 받거나 다른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채용한 것일 뿐 A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녹취록이나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조사했고, 화상조사 등 자세한 수사 내용은 말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내부에서는 쉬쉬 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화상조사를 거쳐 혐의 없음 처분을 한 것을 두고 봐주기 수사 등 말들이 많았다"며 "이런 논란이 생길 경우 이 시장은 물론, 다른 후보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내부 단속을 했는데 최근 언론에서 보도 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비리척결운동본부 고철용 본부장은 "이행각서 위조 재판 당시 이미 A씨의 변호인이 참여해 재판기록을 모두 가져간 상태에서 뒤늦은 화상조사를 한 것은 관련자들에 대한 불기소를 위한 명분 아니냐"며 "특히 최 전 시장 혐의 없음 처분 때 이행각서 원본의 존재를 인정했던 검찰이 입장을 바꾸게 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건은 길어지고 기소중지 상태에서 수사는 종결해야 하니까 서면조사나 화상조사를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수사 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일반 사건의 경우 오랜 시간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도 발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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