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헌법재판소·대법원 결정 후 파기환송
파기환송심 재판부 "단순 입영 기피로 보기 어려워"
검찰 재상소로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30대 남성이 4년여 간의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성준 부장판사)는 예비군법·향토예비군 설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31)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30만~300만원을 선고한 4건의 원심을 모두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2016년 11월 동원훈련 미참석자 보충훈련을 받으라는 향토예비군 훈련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외 2017년 7월 전반기 작계훈련 등 예비군훈련 소집 통지서를 다섯 차례 받고도 훈련장에 나가지 않았다.
이씨는 입대 전인 2011년 초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니었으나 2012년 11월 만기 전역 후 관련 집회와 예배, 봉사활동 등 여호와의 증인 행사에 참여하였다가 2016년 정식 신자가 됐다.
정식 신자가 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훈련에 불참하자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씨는 "종교적 교리와 양심의 자유에 따라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예비군법상 훈련 불참의 정당한 사유"라며 "헌법과 국제규범에 부합한 정당한 행위"라고 항소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기각하면서도 "원심판결의 각 죄가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2018년 5월 직권으로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같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자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참가자들이 병역거부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6.28 yooksa@newspim.com |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회는 이듬해 12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역 신설을 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이씨의 재판에서 "예비군법상 훈련을 받지 않을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잘못이 있다"며 무죄 취지로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향토예비군 훈련 및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형성된 깊고 확고한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며 "검사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향토예비군 훈련 거부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향토예비군 훈련 등의 불참이 반복되는 경우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징역형으로 처벌을 받을 위험까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계속해 향토예비군 훈련 등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피고인의 확고한 종교적 신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훈련 거부를 징병제나 군대 조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진정한 양심과 관련 없는 사유에 기인한 단순한 입영 기피와 동일하게 보기는 힘들다"면서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 대체복무제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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