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2117억원 손해 입혀
"징계사유 모두 인정·징계양정도 적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화력발전기 누수 책임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현장소장에게 권고사직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한 징계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B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토목·건축공사와 해외종합건설업을 하고 있는 A사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B씨를 모로코 화력발전소 건설공사 프로젝트의 현장소장으로 파견했다. B씨는 지난 2017년 7월 추기계통과 고압급수가열기가 결합된 상태에서 양자에 대해 함께 수압시험을 실시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화력발전기 시운전 과정에서 3대의 고압급수가열기 튜브에서 누수가 발견됐고 결국 해당 고압급수가열기에 대해 사용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A사는 고압급수가열기 재설치 비용 및 공사지연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
A사는 "B씨가 추기계통 배관만을 시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급수가열기까지 포함해 수압시험을 시행했고, 이후 사후보존조치도 하지 않아 급수가열기가 파손됐다"면서 "그로 인해 약 2117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손해를 입었고 이는 중대한 과실의 징계사유"라며 B씨의 권고사직 징계를 의결했다.
이에 B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며 "30일 이내에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A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는 여러 차례 자신이 현장소장으로서 이 사건 수압시험 실시 여부 등 중대한 문제를 보고받고 결재했으며 현장의 품질, 시공 및 시운전의 모든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며 "고압급수가열기와 추기계통이 연결된 상태에서 수압시험을 실시하는 결정에 B씨의 책임이 면제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수압시험을 결정할 당시 세정작업 등 사후보존 및 유지관리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알지 못했다"며 "그와 같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 사건 수압시험을 결정한 것은 그 자체로 B씨의 중대한 과실이며, 사정을 알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이 부정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원고의 취업규칙 징계사유인 ▲금지사항 및 복무관련 규율을 위반한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경우 ▲기타 행위로 회사에 유무형의 손실을 발생시킨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고의 원인이 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고 판단된다"며 "이와 결론을 달리해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는 판단 하에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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