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틈을 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판매량을 대거 늘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월 28일부터 3월 13일까지 러시아에서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월 대비 2배 증가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그 중 화웨이의 판매량 증가율이 300%로 가장 높았다. 오포(OPPO)와 비보(vivo)는 각각 200% 증가했고 ZTE는 100%, 리얼미(Realme)는 80% 늘었다. 샤오미는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화웨이 본사 사옥의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삼성과 애플이 러시아 판매를 중단하면서 중국 제품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애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뜻으로 러시아 판매 채널에 대한 수출을 중단하고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제한했다. 애플과 함께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도 러시아로 스마트폰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3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샤오미(23%)와 애플(13%)이 뒤를 이었다.
러시아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는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스마트폰의 빠른 성장은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태도 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판매 중단으로) 삼성, 애플 스마트폰의 가격이 급등했고 일부 모델은 일시 품절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자상거래 판매 플랫폼에 판매되는 아이폰 13 pro Max 256G의 가격은 19만 9999루블(약 234만 원)까지 올랐다.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 MTS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애플과 삼성 스마트폰 가격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전자제품 유통회사 엠비데오엘도라도(M.Video-Eldorado)는 3월 중순 러시아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정점을 찍은 뒤 중저가 모델로 수요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중국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쟁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판매량 급증이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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