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부착자 '1만명' 시대…전담 관리 인력 부족 문제 '여전'
관련 법안은 국회 계류…박범계 "전자발찌 제도 효과 아직 유효"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전자발찌(위치추적전자장치) 훼손 및 도주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관리 당국의 제도 개선은 더딘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범을 실질적으로 막기 위해 제안된 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던 30대 남성 A씨가 지난 10일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8일 밤 9시40분 서울 반포동 논현역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풀어놓고 달아났는데 인근에 휴대전화도 버리고 달아나면서 경찰과 법무부는 CC(폐쇄회로)TV에 의존해 A씨를 추적해 왔다.
잎사 지난 4일에는 50대 남성 B씨가 "발이 아프다"는 이유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전주 보호관찰소 군산지소 관할 아래 있었지만 서울 강남구에서 남양주시 외부읍까지 차를 몰고 가다 경찰 추적 끝에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성범죄자로 정부의 중점 관리·감독 대상자에 해당했지만 보호관찰 기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면서 전자감독 제도에 대한 국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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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 2021년 9월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9.07 pangbin@newspim.com |
◆ 전자발찌 부착자 '1만명' 시대…전담 관리 인력 부족 문제 '여전'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e-나라지표 '특정 범죄자 위치추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2019년 4563명, 2020년 6196명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1만명(1만827명)을 넘어섰다.
기존에는 4대 특정 범죄(성폭력, 살인, 유괴, 강도) 가운데 형기를 마친 자들만이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 해당됐지만 2020년 8월 '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법률' 개정안 시행으로 일반 사범 가석방자에게까지 확대되면서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4대 특정사범 위치추적 대상자 역시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2020년 3239명에서 2021년 3279명으로 40명 증가했다. 살인은 같은 기간 865명에서 900명, 유괴는 18명에서 20명, 강도는 277명에서 283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문제는 늘어난 전자발찌 부착자에 비해 이들을 관리·감독할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기준 법무부의 일반 전자감독 인력은 281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4대 특정사범만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고 볼 때 인당 15.9명을 전담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전자발찌 관리 현황' 통계자료에는 보호관찰 관리자 1명당 맡고 있는 전자발찌 부착자는 ▲인천 15.2명 ▲수원 14.1명 ▲의정부 15.5명 등 전국 평균 12.8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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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21년 7월2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현재 시행 중인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센터를 방문해 법무부의 '전자감독시스템(U-Guard)'과 경기도의 '안전귀가서비스'를 연계한 '전자감독 생활안전서비스' 시범실시를 위한 제반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2021.07.26 kilroy023@newspim.com |
◆ 관련 법안은 국회 계류…박범계 "전자발찌 제도 효과 아직 유효"
이런 상황에서 국회 역시 '전자발찌 재범'을 막기 위해 입법 노력에 나섰지만 답보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피부착자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위치정보사업자에게 개인위치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지난해 10월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 경찰 요청 시 피부착자를 관리하는 보호관찰소가 범죄자의 주요 이동 경로, 가족관계 등 자료를 제공해 신속한 추적 및 검거를 돕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시기 재범 방지를 위한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개정안에서 전자발찌 피부착자가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 시설에 일정 거리로 접근할 경우 대상자의 위치정보를 해당 시설에 곧바로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 개정안은 모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일각에선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보호수용제도 도입 등 근본적인 재범 방지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일 "전세계적으로 전자발찌 제도를 많이 채택하고 있고 그에 따른 범죄예방 효과도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어떤 기구를 통해 범죄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면 당연히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이라며 "한계가 있지만 전자발찌 제도 자체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전자발찌 대상자 전담 관리 인력을 88명 충원한 데 이어 올해에도 150여명 증원할 계획을 갖고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및 예산 당국과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