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이 공약(空約) 아니었다는 점 보여줘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24만7077표. 10일 기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28만2987명이니 매일 코로나에 걸리는 국민 숫자보다 적은 표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승자에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패자에게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멋쩍은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0일 송영길 전 대표를 필두로 총사퇴했다.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진단 이유에서다. 송 전 대표는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면서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 국민을 믿고 다시 시작하자"고 쇄신의 목소리를 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도 빠르게 결정했다.
고홍주 정치부 기자 |
통렬한 반성도, 쇄신도 좋다. 하지만 민주당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바로 대선에서 국민들을 향해 내놨던 약속들이 단순히 표를 위한 공약(空約)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패자라고 칭하기에 민주당은 원내 172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아닌가. 정권이 바뀐다고 한들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2024년 총선까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모두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단순한 입법 작업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동안 두 번의 정치개혁안을 내놨다. 이른바 '586 용퇴론'과 동일지역 4선 연임 금지안, 다당제로의 개편안 등이다.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간 송 전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개혁 제안이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선거 기간 동안 발표한 수많은 생활 밀착형 공약에 대한 입법 작업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공약을 통해 문신 합법화, 초등학생 동시 하교제, 임플란트 보험 적용 연령 하향 등 국민들이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어려움을 개선할 정책들을 발표했다. 비록 대선은 승리하지 못했지만 선거 기간 냈던 목소리들을 직접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선거 한 번 졌다고 모든 게 없던 일로 되는 시대는 아니다. 그런 All-or-nothing, 모 아니면 도식의 정치가 시대 정신도 아니다. 민주당은 여전히 절반의 승자, 절반의 패자로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은 표를 얻기 위해 다당제 구조로의 정치개혁을 말한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민주당을 보고 싶다. 민주당이 지고도 이긴 멋진 패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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