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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3주만에 3건 발생…"안전불감증 여전"

기사입력 : 2022년02월14일 15:24

최종수정 : 2022년02월15일 11:17

삼표산업, 법 시행 이틀만에 '1호' 적용
판교 승강기추락…여수 화학공장 폭발
전문가 "산업계 안전불감증 여전" 지적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주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사망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산업계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년 간 유예기간을 부여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안전보건 체계 구축에 소홀해온 탓이라고 꼬집었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고용부는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삼표산업 '1호' 적용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수사는 이번이 세번째로, 앞서 시행 이틀 만에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사망하면서 중대재해법 관련 첫 수사가 진행됐다. 

이어 열흘 만에 판교 제2테크노밸리 내 공사장에서 승강기 추락으로 근로자 2명이 사망했고, 나흘 뒤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공장이 폭발하면서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 당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주 만에 근로자 10명이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것이다. 

근로자 사망 시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달 27일 처음 시행됐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근로자가 현장에서 사망해도 안전담당 임원이나 현장 소장이 처벌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중대재해법은 대표이사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어 현행 법보다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경기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근로자 3명이 매몰돼 사망하면서 법 시행 불과 이틀 만에 '1호' 사건이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고 있는데, 삼표산업 소속 근로자는 약 930명으로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고용부는 현장사무소와 삼표산업 본사 등 두차례의 압수수색을 거쳐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협의로 입건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도록 정해두고 있는데, 삼표산업이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적법하게 구축하지 않았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이어 열흘 뒤인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내 공사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던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사망하면서 두번째 중대재해 사고가 벌어졌다.

◆ 판교 승강기 추락·여수 화학공장 폭발 잇따라 발생

사고가 난 건물은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아 건설 중이던 곳으로, 해당 공사현장은 공사금액 약 49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은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요진건설산업 역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됐다.

[여수=뉴스핌] 오정근 기자 =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NCC 3공장에서 폭발사고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 사고 현장을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이 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22.02.11 ojg2340@newspim.com

고용부는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양주 사고와 마찬가지로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적법하게 구축하고 이행했는지, 시공업체인 요진건설산업이 승강기 설치공사를 도급하면서 위험요인들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해왔는지 등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다.

이어 지난 11일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기 덮개가 이탈되면서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하면서 세번째 중대재해 사고가 벌어졌다. 고용부와 광주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즉각 사고현장에 출동해 작업중지를 명령하는 한편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려 사고 수습과 원인 조사에 나섰다.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살피고 있다.

◆ 전문가들 "기업들 안전불감증 여전해"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소홀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년 간 유예기간이 부여돼 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이 충분했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건설업계에서 제대로 준비를 해왔다면 시행되자 마자 대형사고들이 잇따라 터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을 공격만 해왔지, 안전 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해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법 시행에도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는 불법하도급 문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변화의 물꼬를 만들어놓았지만 산업재해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건설업계 부조리한 관행에 대한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하나가 그동안 쌓여있던 구조적인 문제들을 일거에 다 해결할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고가 계속 나타난다면 부족한 게 뭔지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이 예방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안전보건 체계 구축 지원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연구원은 "대기업에서도 이렇게 사고가 발생하는데, 중소규모 기업에서는 당연히 준비가 안 돼있을 것"이라며 "중소규모 기업들이 안전 보건체계를 마련하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soy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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