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대외 경영환경 악화 대비하는 차원"
주요 주주 변경이 영향 미쳤나…"중간배당 검토"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현대카드가 올해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무리하게 카드론 대출을 늘린데 따른 자본건전성 개선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외부 사모펀드 지분 정리 이후 배당을 실시하기 위해 시점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에 따른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 현대카드가 결산배당을 건너 뛰는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만이다. 지난해에는 결산배당으로 1467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다른 카드사들은 지난해 좋은 실적 덕에 배당금이 늘어난 상황이다. 삼성카드는 배당성향을 지난해보다 낮췄지만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총 2454억원을 책정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보다 25% 늘어난 2500억원, 우리카드는 분사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 402억원을 지급한다. 현대카드 또한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도 당기순이익을 상회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 leehs@newspim.com |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카드론 비중이 소폭 증가했고 대외적으로도 연체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돼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며 "당국에서 대출만기연장 유예를 하지 않겠다 검토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나아지면 상반기에 중간배당 실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카드론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현대카드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론 취급액은 4조919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향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점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올해부터 카드수수료가 또다시 인하되는 한편 카드론 대출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 포함되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금리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회사채 금리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카드론 대출 규제도 앞으로 더 강화돼 운영될 것이기 때문에 내부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당국의 규제리스크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커머셜과 대만계 푸본금융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주요 주주인 싱가포르투자청과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는 현대커머셜과 푸본그룹에 지분 24%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카드는 그간 고배당을 유지하며 FI에게 투자 수익을 꾸준히 제공해왔다. 주요주주들이 현대카드 우호세력으로 바뀌자 배당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자동차 37.5%, 정태영-정명이 부회장 지분이 37.5%를 차지하고 있으며 푸본현대생명은 현대커머셜과 모비스가 총 2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중간배당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FI는 계약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지분을 정리할 예정이다. 현대커머셜과 푸본현대생명이 주요 주주로 합류하는 상반기 이후로 배당시점을 늦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배당 성향을 유지하던 현대카드가 1년만에 배당금 전액을 삭감한 것은 업계에서도 의아한 부분"이라며 "주요 주주가 변경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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