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 사고' 삼표, 중대재해법 첫 적용 대상에 예의 주시
"제2의 현산 될라"…토목‧골조 작업 미루는 사업장 늘어
인력‧자금난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중소형 건설사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삼표산업이 채석장 토사 붕괴사고로 1호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설 연휴이후에도 핵심 인력을 제외한 인원에 대한 휴무 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데다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자칫 '처벌 1호 건설사'라는 꼬리표와 더불어 경영책임자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의 수많은 건설현장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고강도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잔뜩 움츠린 모양새다.
[인천‧경기=뉴스핌]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경기도 고양시 향동 지구 일대 건설현장 모습. [사진=유명환 기자] |
◆ 건설사, 중대재해법 이어 오미크론 확산에 문 걸어 잠거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수를 구성해 근로감독관 8명을 해당 사업장으로 파견해 사고 수습과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달 29일 골채 채석장에서 토사 붕괴로 굴착기 기사 2명과 천공기 기사 1명이 사망했다.
업계는 삼표산업 처벌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상 종사자가 사망하면서 사업주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양주 채석장 사망사고와 관련 삼표사업에서 골재 부문을 총괄하는 이종신 대표 등이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는 숨죽인 채 관련 내용을 주시하는 동시에 '건설업계 1호'라는 불명예를 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으로 인해 2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휴무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기 연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건설사들은 동계철에 건축물 내부 및 내외 조성, 인테리어, 도로 확장 등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은 작업만 실시한다.
하지만 입주 기간을 맞추기 위해서 골조 공사가 필요한 경우 양생 기간을 맞춰 층을 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 발생한 현상이 일으킨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중대재해법 등으로 인해 필요 인력을 제외한 원인에 대해 휴무를 최대 10일까지 연장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현 건설사 한 관계자는 "시일이 급한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경우 휴일을 통해 안전 관리과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사업장의 경우 발주처와 협의해 공사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삼표 사고, 남 일 아냐"…대형사, 안전관리 '총력'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과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자체 '셧다운'을 택하고 있다.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은 지난달 27일부터 건설 현장 전체를 멈춰 세우기로 했다. 포스코건설도 전국 현장에 "27일부터 휴무를 권장한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한양은 아예 설 연휴 일주일 전부터 공사를 멈추고, 중대재해법에 대비한 대대적인 안전 점검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광주 붕괴사고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공기 맞추기에 사활을 거는 건설사들이 일괄적으로 자체 셧다운을 택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하루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중대재해법 적용 1호 대상에 오를까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중대재배법 시행 이전에 대표이사들이 안전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김형, 정항기 대우건설 공동대표는 새해 경영활동의 최우선 가치로 안전을 꼽았다.
김형, 정항기 대표는 "우리 대우건설의 모든 경영활동의 최우선 가치는 바로 안전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중대 재해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는 "안전보건관리를 경영활동의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고 전 임직원의 역량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안전 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직속 안전 조직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해 3개팀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건축, 주택, 토목, 플랜트 등 각 사업본부 내에 본부장 직속으로 안전팀을 별도 신설하는 등 안전 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H안전지갑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근로자에게 무재해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율적인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안전수칙 준수, 법정 안전교육 이수, 안전 신고 및 제안을 할 경우 근로자에 안전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달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1분기 내 전 현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지난 29일 토사 붕괴 사고가 발생, 소방당국이 매몰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
◆ '곡소리' 나는 중소형 건설사…"비용 부담에 연휴 내내 현장 지켜"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형 건설사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 중소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사들이 안전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 이후 각 현장에 안전관리 인력을 보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기본적인 안전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협력사에서 중대해 사고가 발생해도 원청에서 책임을 지기보다는 전가시키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를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광주 붕괴 사고에서도 원청사인 현산과 하청업체가 사고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광주경찰청은 수사본부는 사고의 '치명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동바리(지지대) 해체에 대해 "현산이 하청업체가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지난달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던 화정 아이파크 201동이 붕괴된 사고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등 6명과 골조공사 하청업체 대표와 현장소장, 감리 3명 등 모두 11명을 입건했다.
현산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지지대 해체와 관련해 설계변경, 금액변경 부재문제 없이 하청업체에 시공토록 요구했다. 하청업체가 알아서 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건설사들은 원청사의 책임 있는 행동과 인력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설 연휴 이후에도 공사를 중단할 수 있지만 중소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들이 책임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에 고통을 분담하는 것보다는 좀 더 책임 있는 방안과 인력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