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조의금 미리 낸다"...'한라산' 시인 이산하 암투병 돕는 우정의 손길 이어져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절친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 "죽고 난 뒤 조의금이 무슨 소용있냐"며 계좌 공개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제주 4·3의 비극을 노래한 장편 서사시 <한라산>의 시인 이산하(본명 이상백·61)가 얼마 전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시인을 돕자는 운동이 조용히 번지고 있다.

이런 후원의 물결은 이 시인의 절친인 문학평론가 하응백 전 경희대 교수가 자신의 SNS에 이 시인의 삶에 대한 짤막한 글로 소개하고 '죽고 난 뒤에 내면 뭐하나. 미리 조의금 낸다'고 이 시인과 카톡으로 대화한 내용을 사진으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하응백 씨는 <시인 이산하에게 미리 조의금을 내다>라고 제목을 붙인 이 글에서 "악의 평범성을 노래하고, 불의에 맞서면서 살았어도, 정작 본인에 대해서는 거의 방치하면서 산 친구가 바로 이산하다. 얼마전 대장암 수술을 했다. 전재산이 천만원 정도일 테고, 글빚이 한 일억 될거다. 평생 꼬딱지만한 월세방에서 무산자다운 삶을 살았다. 이번에 죽지는 않겠지만 미리 조의금을 냈다. 죽고 난 뒤에 내면 뭐 하나."라고 썼다. 하 씨는 "이거(계좌번호) 이산하 허락 안 받고 제가 그냥 공개한다. 비밀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시인 이산하와 절친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나눈 대화 내용. [사진=하응백 페이스북 갈무리] 2022.01.26 digibobos@newspim.com

그러자 이 포스팅에 이 시인 후원에 동참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답지했다. "조의금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잊혀져가는 문우들의 풍류를 다시 보는 것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현대판 '오성과 한흠'은 정말 흔치 않다. 부럽다." 등등의 소감이 줄줄이 올라왔다. 한 댓글은 계좌에 돈을 보낸 사진과 함께 "조의금 2는 한 30년 후에 다시 내겠습니다"라고 재치있는 문장을 곁들였다.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이라고 시작하는 장편 서사시 <한라산>은 4·3항쟁 기간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뿐 아니라 4·3항쟁이 일어나게 된 세계사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들이 시대적 흐름으로 서술돼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당시의 상황과 4·3항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7살이라는 나이에 청춘을 바치며 써내려간 <한라산>으로 인해 시인은 정치적 고통보다 35년 동안 늘 진실만 말해야 하는 멍에로 자신을 압박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마땅히 세상의 모든 악에 책임을 져야 하고 오래 슬퍼해야 한다"며 그것이 자신의 이마에 찍힌 천형이라고 밝혔다.

한국현대사 앞에서는 우리는 모두 상주이다.
오늘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
그 아름다운 제주도의 신혼여행지들은 모두
우리가 묵념해야할 학살의 장소이다.
그곳에 뜬 별들은 여전히 눈부시고
그곳에 핀 유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별들과 꽃들은
모두 칼날을 물고 잠들어 있다.
- 시집 <한라산> 서시 중에서

이 시를 1987년 <녹두서평> 창간호에 처음 소개한 뒤 시인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모진 고문에 시달렸고, 이후 지금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미국 펜클럽 회장이었던 수전 손택은 이산하를 미국 펜클럽 명예회원으로 위촉하고 이듬해 서울에서 열린 국제 펜대회에 참석차 방한해서도 구치소로 그를 면회하려 했으나 정보 당국에 의해 차단당하기도 했다.

<한라산>은 그 뒤 2003년 6월 '시학사'에서 출판됐다가 절판됐고, 시 발표 31년 만인 지난 2018년 시인학교 제자들의 펀딩으로 '노마드북스'를 통해 복간됐다. 이에 대해 시인 자신은 "복간된 시집이라기보다는 복원된 시집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당시 원본 시를 보고 인쇄소에서 거부해 할 수 없이 민감한 부분들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소설가 조정래는 추천사를 통해 "80년대 치열한 시대정신 속에서 태어난 장편 서사시 한라산은 잊어서는 안 될 작품"이라며 "그 원본을 다시 읽는 것은 우리가 저지른 침묵의 죄를 용서 받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시인 이산하와 지난해 그가 22년만에 낸 신작시잡 <악의 평범성> 표지. 2022.01.26 digibobos@newspim.com

한편 이산하가 지난해 3월 22년만에 낸 신작 시잡 <악의 평범성>(창비)은 출간 하루만에 초판 2천부가 모두 판매됐다. 이 시집을 낸 다음의 인터뷰에서 이산하는 "8년 전에는 서북청년단으로 추정되는 자에게 백색 테러를 당해 서른 바늘이나 꿰매고 몇 달간 입원을 해야 했고, 그 때문에 오랫동안 애써 잊고자 했던 고문의 악몽도 되살아났다. 아직도 수시로 우울증 약을 먹는다. 지난 10여년간 거의 자폐아처럼 살았다"고 밝혔다.

요즘 '다음 차례는 너'라는 듯 지인들의 부고문자가 쌓인다.
내 눈에는 내 잉여목숨의 고지서로 보인다.
허공이 초점 없이 나를 내려다본다.
 - 시 '버킷리스트'의 일부

이 시인은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포스팅에서 "60여 년의 내 신체 성적표가 대장암이었다. 오랜 세월에 부대끼며 몸을 방치하고 살아온 것에 비하면 암은 오히려 약소한지도 모른다. 예전 고문과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긴 적도 있어 남의 일처럼 덤덤했다. 이렇게 조금씩 죽음에 면역되다보면 나도 모르게 죽음 그 자체에도 무감해지리라 본다. 지금은 혼자 조용히 투병중이고, 다음 달부터는 주치의 권고대로 따뜻한 남녘으로 가서 글 쓰며 요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digibobos@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황대헌 "결승서 플랜B 급변경"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낸 황대헌(강원도청)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련과 역경이 있었다. 너무 소중한 메달"이라고 말했다. 황대헌은 "월드투어 시리즈를 치르면서 많은 실패와 도전을 했고, 그런 부분을 제가 많이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황대헌은 15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옌스 판트 바우트(네덜란드)에 이어 2위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2018 평창 대회 남자 500m 은메달을 시작으로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남자 1500m 금메달과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을 땄다. [밀라노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황대헌이 15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시상식에 오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6.02.15 psoq1337@newspim.com 황대헌에게 이번 올림픽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부상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이날 결승은 9명이 함께 뛰었다. 황대헌은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는 결승에서 10명이 뛰었다. 그리 놀라운 상황은 아니었다"며 "쇼트트랙 레이스의 흐름이 많이 바뀌어서 공부도 많이 했고, 계획했던 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운영엔 다양한 전략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플랜B로 바꿨다"며 "자세한 내용은 제가 많이 연구한 결과라 소스를 공개할 수는 없다"며 미소를 보였다. psoq1337@newspim.com 2026-02-15 09:10
사진
최가온이 전한 긴박했던 순간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들것에 실려 나가면 그대로 끝이었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세화여고)이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최가온. [사진=대한체육회] 최가온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날 결선 1차 시기를 떠올렸다. 그는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결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이 내려와 상태를 확인했고, 들것이 대기한 긴박한 상황이었다. 최가온은 "들것에 실려 나가면 병원으로 가야 했고, 그러면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다음 선수가 기다리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발가락부터 힘을 주며 움직이려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었지만 코치는 기권을 권유했다. 최가온은 "나는 무조건 뛰겠다고 했지만 코치님은 걸을 수 없는 상태로 보셨다"며 "이를 악물고 계속 걸어보려 했고, 다리 상태가 조금씩 나아져 2차 시기 직전 기권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 시기에서 넘어지자 의료진이 달려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1, 2차 시기 연속 실수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3차 시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최가온은 "긴장감이 오히려 사라졌다. 기술 생각만 하면서 출발했다. 내 연기를 완성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900도와 720도 회전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며 90.25점을 받아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교포 선수 클로이 김(미국)과 관계도 화제가 됐다.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가 안아줬는데 정말 행복했다. 그 순간 '내가 언니를 넘어섰구나' 하는 감정이 몰려왔고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이어 "경기 전에는 언니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다. 존경하는 선수라 기쁨과 서운함이 동시에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부상 직후 재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다. 언니, 오빠들과 함께 타며 자연스럽게 생긴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겨낸 것 같다"며 웃었다. [리비뇨=로이터뉴스핌]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 선수가 지난 12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2.13 photo@newspim.com 많은 눈이 내린 경기 환경에 대해서도 담담했다. "첫 엑스게임 때 눈이 정말 많이 왔는데 그때에 비하면 괜찮았다.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함박눈이 내려 오히려 예쁘다고 느꼈다. 시상대에서도 눈이 내려 클로이 언니와 '이렇게 눈이 내리니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몸 상태는 완전하지 않았다. 그는 "무릎이 아주 아팠지만 많이 좋아졌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 다친 왼쪽 손목은 귀국 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지는 못했다. 기술 완성도를 더 높이고 긴장감을 다스리는 법도 보완하고 싶다"며 "먼 미래보다 당장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가온. [사진=올댓스포츠]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최가온은 "아버지가 내가 어릴 때 일을 그만두고 이 길을 함께 걸었다.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귀국 후 계획을 묻자 "할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 친구들과는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금메달과 함께 포상금과 고급 시계를 받게 된 데 대해서는 "과분한 것들을 받게 돼 영광이다. 시계는 잘 차겠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꿈나무들에게는 "하프파이프는 즐기면서 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치지 말고 즐기면서 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들것 앞에서 멈추지 않았던 17세의 선택은 결국 한국 설상 종목의 새 역사가 됐다. zangpabo@newspim.com 2026-02-14 22:35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