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미국 메릴랜드대학 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돼지심장을 이식받은 남성이 사람을 일곱번 칼로 찔러 전신마비에 빠트린 범인임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지난 7일 메릴랜드대 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성공적으로 이식받았던 데이비드 베넷은 자기 친구를 반신불수로 만든 흉악범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넷은 지난 1988년 자신의 부인이 고등학교 동창 에드워드 슈마커의 무릎에 앉아 함께 어울렸다는 이유로 그의 복부와 가슴 등을 7차례나 흉기로 찔렀다. 범행 뒤 차를 타고 도주극을 벌인 베넷은 경찰에 체포됐고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에드워드 슈마커는 그 후 19년 동안 휠체어 생활을 하다가 41세 때 숨졌다.
슈마커의 누이 레슬리 슈마커 다우니는 "에드워드는 몇 년 동안이나 트라우마에 시달려 황폐해졌고 우리 가족이 동생을 돌봐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비드 베넷이 "출옥한 뒤 무난히 잘 살았지만 새 심장을 이식받아 두번째 삶을 산다니...내 생각엔 심장을 다른 사람에게 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사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서 캐플란 뉴욕대학교 생물윤리학 교수는 "의학의 기본 원칙은 아픈 사람이 누구든 치료한다는 것"이라며 "의사는 죄인과 성인을 구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건 법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연방 윤리위원회의 공식 입장도 마찬가지다. 사법시스템이 이미 투옥, 벌금 등 처벌을 부과한 상태임을 강조하면서 치료를 거부함으로써 추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릴랜드대학 병원측은 베넷의 범죄 전력을 사전에 알고있었는 지에 대해 밝히길 거부했다.
다만 성명을 통해 "병원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출신이나 환경이 아닌 의학적 필요에 따라 치료한다"며 "이번 환자도 치료가 절실했고 의료 기록에만 근거해 이식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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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대학 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 데이비드 베넷 시니어(오른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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