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 수사 요구 2배 늘어…사건 처리 기간 8.6일 증가
보이스피싱 등 19만여명 검거…투기 의혹 의원 4명 송치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출범한 지 1년 지난 가운데 검사가 경찰에 요구한 보완 수사는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수본이 지난해 범죄자 약 19만명을 검거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 등 고위급 인사 수사는 성과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증거 보강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 2배 늘어…사건 처리 기간 8.6일↑
6일 국수본에 따르면 2021년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 74만1364건 중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8만523건으로 10.9%에 달한다. 이는 국수본 출범 직전 해인 2020년(4.6%)과 비교하면 6.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20년에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90만4807건으로, 보완 수사 요구는 4만1172건이다.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한 사실 관계 재확인, 적용 혐의(죄명) 변경, 증거 보강 등을 이유로 요구한 보완 수사가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경찰 로고 [사진=뉴스핌DB] |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보완 수사가 요구가 불가피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부 경찰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가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면서 경찰 수사 기록을 객관적으로 검토한 결과 보완 수사 요구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보완 수사 요구가 많아질수록 국민 불편이 커진다는 점이다. 경찰이 수사해야 할 사건이 쌓이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져서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 사건 처리 기간은 64.2일로 1년 전(55.6일)과 비교해 8.6일 늘었다.
국수본 관계자는 "처리 기간 증가는 경찰 스스로 수사 완결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심사 체계를 도입한 부분이 있다"며 "신법 체계가 도입된 후 보완 수사 요구가 원칙으로 수사 준칙 자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실에서 몇가지 확인할 내용도 보완 수사 요구서라는 서면을 통해 요구한다"며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증거 자료를 받을 때 요구 사안을 미리미리 분석해 한번 더 확인하는 등 노력을 하겠다"고 부연했다.
◆ 보이스피싱 등 특별단속 28회·19만여명 검거…투기 의혹 수사 '용두사미'?
국수본은 지난해 보이스피싱과 성범죄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28회 나서 범죄자 19만363명을 검거해 8929명을 구속했다. 보이스피싱 등 서민생활 침해범죄 관련 11만3359명을 검거했다. 아동학대와 여성 대상 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 5만5032명을 붙잡았다. 투기 등 사회 부조리·부패 관련 1만1762명을 검거했다. 가상화폐 가로채기 등 신종 범죄를 저지른 사람 1만210명을 붙잡았다.
특히 국수본은 지난해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키를 잡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농지법 위반 등 부동산 관련 법을 위반 의혹을 받는 사람을 수사했다. 지난해 3월부터 연말까지 1660건을 수사해 6038명을 검거하고 62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등 고위급 인사를 수사할 때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경찰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의혹을 받는 강기윤 의원에 대해 지난해 4월 압수수색을 했으나 현재까지 그를 소환 조사했다는 소식은 없다.
투기 의혹 등으로 내·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33명 중 4명만 검찰에 송치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을 천명하는 등 '성역없는 수사'를 자신했지만 고위 인사는 대부분 빠져나간 것.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도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수본 관계자는 "지난해 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고위 공직자 등 권력형 비리로 8명을 구속했고 현직 (구속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LH (투기 의혹) 사건은 아직도 수사 진행 중으로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게 아니고 여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 등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을 열고 개편 수사 조직을 본격 운영한다. 2021.01.04 yooksa@newspim.com |
또 다른 국수본 관계자는 "작년 경찰의 책임 수사 시스템이 처음으로 시행되는 원년으로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했고 사회 전반에 주요 범죄에 대한 단속도 나름 성과가 있었다"며 "국민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국수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1차 수사 종결권 확보로 46만명 피의자 신분 조기 벗어나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져오면서 약 46만명이 피의자 신분에서 조기에 벗어났다. 아울러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한 비율도 2020년 15.7%에서 지난해 13.2%로 감소했다. 경찰 이후 검찰에서의 이중 조사도 줄어든 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라고 국수본은 강조했다.
국수본은 다만 강력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피해자 보호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지난해말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난동사건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인 사건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
이에 국수본은 스토킹·데이트폭력·가정폭력·이웃 간 생활범죄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을 동반한 보복 범죄 예방을 강화한다. 강력팀을 조기 투입해 초동 수사를 철저히 한다는 계획이다. 그밖에 국수본 신종 보이스피싱과 가산자산을 매개로 한 금융범죄, 다크웹 이용 범죄 등을 엄정 단속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관계 부처와 논의해 경찰의 대물영장 직접 청구, 영장심의위원회 개선, 경찰영장검사제 도입 등도 논의한다.
국수본 관계자는 "올해에는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 바람과 현장수사관 목소리를 더 깊이 받아들여 국민 사랑을 받고 안전한 사회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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