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 상무보 9명 중 3명 여성 등용
한국투자證 12년 만에 여성 본부장 배출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남성 중심 문화가 공고한 증권가에서 최근 여성들이 임원에 발탁되는 등 여풍이 불고 있다. 아직 사회적 눈높이에는 부족한 수준이지만, 증권사 특유의 보수적 문화를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전날 인사에서 신임 상무보 9명 가운데 3명을 여성으로 등용했다. 이이 따라 신한금투 전체 임원 가운데 14%가 여성 임원으로 채워졌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신경을 많이 기울였다"며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양성평등지수가 가장 우수하다'는 평판을 확인시켜준 인사"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연임에 성공한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왼쪽)과 한국투자증권에서 12년 만에 여성 본부장에 발탁된 김순실 PB6본부장 [사진=각사] |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7일 인사에서 여성 임원인 김순실 상무보를 PB6본부장에 임명했다. 한국투투자증권에서 여성이 본부장에 임명된 건 12년만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도 이미연 FI운용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업계 최초의 여성 채권운용 부문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인사에서 김미정 상무를 투자금융(IB)1부문 대표로 발탁했다. 증권사에서 인수금융 전문가가 전통IB 전체를 총괄한 사례는 흔치 않았다. 통상적으로는 대기업금융 전문가들이 맡았으나 김 대표의 역량을 높게 평가해 요직에 앉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의 직전 보직은 투자금융본부장이었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은 공모를 통해 선발한 지점장 중 40%를 여성으로 채웠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공모 지점장 15명 중 6명이 여성이다. 이 가운데 2명은 84년생이다. 임원 승진은 아니지만 공모 지점장 중 40%를 여성 지점장으로 채웠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증권사 첫 여성 최고경영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이번 연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KB증권 WM부문 부사장을 담당하다가 2019년부터 KB증권 대표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당초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 결정으로 연임이 힘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으나,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임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최근 증권가 인사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데는 ESG경영을 통한 양성평등 문화 확립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이에 더해 오는 2022년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상 '여성이사 할당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성이사 할당제는 자본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 이사는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올해 들어 은행권은 물론 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여성 임원이 속속 배출되면서 증권가의 우먼파워도 한층 더 강해질 전망이다. 앞서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이 신한DS 대표이사로 발탁되면서 신한금융그룹 최초 여성 CEO가 탄생했다. 하나금융지주에서도 지난 5월 김소정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직무대행 겸 디지털경험본부 부행장이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에 여성 직원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여성 임원을 배출할 수 있는 토대는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결혼과 출산, 육아 등에 대한 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들 여성 직원이 임원 승진 대상에 오를 때까지 근무 연속성을 가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