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제약에...가상세계에 올라탄 식품가
먹거리 넘어 즐길거리 제공...MZ세대 공략 '속도'
[편집자]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유통현장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데 이어 최근에는 아예 가상현실(VR)이 새로운 공략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면접촉과 모임이 제한된 오프라인 매장 대신 가상공간으로 고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가상공간 내 놀거리, 볼거리를 마련하는가 하면 가상 상품(NFT)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2022년 범(汎) 유통업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식품업계가 가상세계에 푹 빠졌다. 스타벅스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놀이터'를 마련해 고객몰이를 하고 hy는 가상아이돌을 내세워 MZ세대 공략을 가속화고 있다.
먹거리를 넘어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등 고객 경험과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행보다. 가상공간과 캐릭터를 만들어 고객들의 시간을 점유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접촉에 제약이 생기자 가상공간이마케팅, 고객 소통을 위한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가상공간도 북새통..."닷새 만에 120만명 다녀가"
2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지난 17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조성한 전용 공간 '스타벅스 산타광장'이 문을 연지 5일 만에 누적 12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마스 테마로 만들어진 스타벅스 산타광장 내부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과 화려한 트리, 사슴 썰매, 낚시 공간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두루 마련됐다. 스타벅스는 곳곳에 숨겨진 보물상자를 찾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스타벅스 레드컵 모양의 보물상자를 찾은 고객에게 특별한 아이템을 지급하고 있다.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가 조성한 가상공산 '산타마을'. 사진=제페토 캡처 |
스타벅스는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와 지난 8월 빅데이터·IT·메타버스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향후에도 제페토의 협업을 통해 스타벅스 가상공간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행사 대신 메타버스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동원F&B는 동원참치 모델인 2PM의 준호와 찬성의 참치 홍보 프로젝트 그룹 '팀 치치(TEAM CHICHI)'의 팬미팅을 내달 5일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한다.
이번 팬미팅은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에서 참치를 활용한 요리방송(쿡방)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롯데푸드의 경우 지난 9월 대학생 마케터 프로그램인 히든서포터즈 선발을 위해 메타버스 면접을 진행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마련한 본사 사무실을 본뜬 가상공간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상면접을 실시한 것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본인의 아바타를 바탕으로 가상공간에서 사회·문화적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 카페나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가상현실 속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특징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대면활동 및 마케팅의 제약을 받는 업체들로서는 메타버스 공간이 하나의 돌파구로 부상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채널의 주된 소비층은 10대 청소년들로 잠재 고객들에게 자유롭고 유연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며 "직접 제품을 먹어보는 것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간접 체험 또한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아이돌 제작하고 가상 세계관 구축...콘텐츠 고민하는 식품업계
식품업체들은 인기 제품을 의인화해 가상캐릭터를 만들고 가상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발효유 전문 기업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제작한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HY-FIVE)'는 최근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두 번째 싱글 앨범 '선물'을 발표했다. 하이파이브는 야쿠르트, 하루야채 등 hy의 인기제품 5가지를 의인화한 5명의 캐릭터로 구성된 가상의 혼성 그룹이다.
하이파이브는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의 카트 속에서 나타난 다섯 명의 요정이라는 기존 K-POP 아이돌 못지않은 특유의 세계관도 갖췄다. 별도 오디션을 통해 목소리 가수를 선발하고 가상 아이돌로 활동한다는 컨셉이다. hy는 하이파이브 세계관을 향후 온라인몰 프레딧과 신제품 등으로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hy 사이버아이돌 '하이파이브'. 사진=hy |
지난해 '빙그레 왕국' 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빙그레는 올해에도 스낵 제품 '꽃게랑'에 '끄람칩스'라는 가상 세계관을 접목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에서 꽃게랑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서 착안해 가상의 러시아 마피아 회사가 러시아 국민과자인 끄랍칩스를 한국에 진출시킨다는 컨셉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끄랍칩스'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랜선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끄랍칩스는 꽃게랑의 러시아 이름으로 사실상 '부캐릭터' 마케팅이다.
식품업체들이 '가상 세계관' 구축에 나서는 이유는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해 젊은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0대에게 친숙한 아이돌 문화와 가상 세계관을 마케팅에 적용해 젊은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제품을 먹고 마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세계관 내에서 즐길거리까지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상의 캐릭터가 흥행할 경우 기존 연예인, 모델 대신 자체 캐릭터 콘텐츠를 활용해 광고에 활용하는 등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이 담긴 패키지로 반복구매를 유도하는 팬덤 마케팅도 가능해진다. 가상세계관 속 캐릭터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실존하는 광고 모델이 가진 리스크도 전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을 신선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가상세계관 마케팅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며 "수익성 보다는 MZ세대와 연결고리를 만들고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로 제품과 기업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