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속 최 전 시장 측근 보좌관 도시공사 자리 요구
"이 시장은 꽃박람회나 피프틴 제안"
[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과 최성 전 시장의 측근들은 지속적인 소통을 하며 인사권과 다양한 사업권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핌이 확보한 녹취파일 속에는 최 전 시장의 최측근인 호주 국적 A씨와 이 시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에도 최 전 시장의 보좌관 B씨는 인사권을, 이행각서를 위조해 구속수감 돼 있는 C씨와 관련자 D씨는 사업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준 고양시장.[사진=고양시] 2021.12.17. lkh@newspim.com |
◇"꽃박람회나 피프틴 사장 얘기했는데 싫다는 거야"
지난 2018년 12월10일 C씨와 D씨의 10분28초 가량의 녹음파일을 들어 보면 D씨는 "B가 시장에게 인사권 30%를 내놓으라고 하니까 어떻게 내놓냐. 차라리 추천을 해라 그거 갖고 싸우고 있다"며 "B가 (인사)명단을 넣어줬는데 받았으면 서로 크로스체크를 해야 하는데 그걸 안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B가 원했던 건 도시공사 상임이사인데 이건 시장이 싫다고 했다"며 "꽃박람회 사무국장이나 피프틴 사장(을 얘기했는데) B가 싫다는 거야. 도시공사 상임이산가 그거 (가고 싶다고)"라고 말한다.
B씨는 이듬해 3월26일 주주총회를 통해 공공자전거 피프틴을 운영하는 업체의 대표로 선임됐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지분 72%를 소유한 고양시가 B씨를 단독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가결됐다. 지방선거 당시 최 전 시장의 '적폐'라고 규정하며 주요정책을 비판해 온 이 시장이 최 전 시장 측근인 B씨를 선임하면서 지역 내에서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D씨는 통화에서 이 시장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D씨는 "지난주는 금요일인가 퇴근했다고, 후배랑 양꼬치 먹고 있다고. 오시게요 했더니 (이 시장이) 진짜 왔어"라며 "후배들하고 양꼬치에도 맥주 한잔 하고 가셨어. 어려운 관계가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C씨는 "청소용역, 각 구마다 1년에 2~3억인데 기획안을 만들었는데 네가 가든 내가 가든 6~7대 돌려서 20억이면 그래도 몇년은 먹고 살잖아"라고 제안한다.
그러자 D씨는 "기회가 왔을 때 돈을 벌자는 거야. 권력적인 건 밀당을 하고 돈은 벌어 가래, 도와준다고"라며 "사업이 됐건, 뭐가 됐든 갖고 오라고 하잖아. 밀어 붙여 보자고"라고 한다.
또 다른 통화에서도 D씨는 수차례에 걸쳐 이 시장을 거론하며 "도와준다는데 우리가 등지면 되냐, 돈 될 만한 걸 찾아서 자주 만나야 한다. 우리가 이 시장을 둘러 싸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시장도 C씨의 이같은 제안을 직접 듣기도 했다.
C씨는 이 시장과 통화에서 "D씨한테 청소 뭐 미세먼지 용역을 시켰는데 한 걸음만 더 들어가서 고민해 달라. 누구를 줘라 마라가 아니다"며 "(사업을 제안한)제 친구도 충청도 아이에요. 그 개발한 친구가"라고 말한다.
그러자 이 시장은 "그 얘기 들었어요. 보고 얘기합시다. 이걸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라며 "그러면 그날 소주할 때 같이 한번 우연히 보는 것처럼 해서 봅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들이 만남을 가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D씨가 시청을 자주 찾아오며 이 시장을 만나는 일이 부쩍 잦아 졌다"며 "당시에는 D씨가 실세라는 소문도 돌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귀뜸했다.
이와 관련해서 취재진은 D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이 시장은 "B씨의 경우 본인들이 어떤 얘기를 했든 그런 제안을 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며 "다만 피프틴은 청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해낼 수 있는 B씨에게 대표 자리를 제안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B씨가 대표로 취임한 후 관련 회사의 주주권을 가져왔고 일을 잘해 냈다"고 덧붙였다.
사업권 제안과 관련해서도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C씨가 제안한 사업은 들어준 것도 없고 D씨와 만난 것은 이런 문제와는 별개"라며 "이런 문제가 있으면 검찰이 내 휴대폰 포렌식을 하든 수사를 하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그런 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l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