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에서 이어짐>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이미 디폴트를 낸 중국 부동산 2위 그룹 헝다 그룹은 향후 어떤 처리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인가'.
12월 15일 헝다 본사 빌딩 1층, 헝다 로고가 까마득히 70층 높이로 올려다 보이는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이번 헝다 디폴트 사태가 자칫 시스템적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거시 경제에 영향은 없을까'. 생각은 자꾸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침 이때 기자의 스마트폰 정보 미디어 앱에 '대국 유교상인'이라는 투자기관의 분석 자료가 알림 음과 함께 올라왔다. 문자 뉴스를 읽어보니 '헝다의 배후에는 아주 힘 있는 기관이 있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뉴스는 헝다가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다른 투자 기관 보고서도 "헝다가 공중분해돼 먼지 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쉬자인 회장의 지분이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회사 주인이 민간에서 국가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측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광둥성 선전시 '중국헝다 그룹' 본사 빌딩 인근에 오피스 빌딩들이 뻬곡히 들어서 있다. 2021.12.17 chk@newspim.com |
선전시의 중심 난산(南山)구 헝다 본사 주변에 머물며 취재를 한 지 두시간이 지났다. 계속 이곳에 있어봤자 더이상 얻을 게 없어 보였다.
선전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떠야 할 시간이 됐다. 언뜻 헝다 본사 앞 허우하이 대도 건너 편을 쳐다보니 중국 건설 공정그룹이라는 회사가 엄청난 규모의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짖고 있었다. 헝다사태와는 아랑곳 없다는 듯 노란색 건설 중장비 타워크레인이 분주한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옆 쪽에는 헝다와 발음이 비슷해 주목을 끄는 팡다(方大) 부동산의 개발 현장도 눈에 들어왔다. 12월 15일, 선전시 중심가 허우하이 대도에는 무너지는 헝다를 딛고 또다른 부동산 신화가 움을 틔우려 하는 것 같았다.
난산구에서 차로 40분 쯤 떨어진 푸텐(福田)구 덩샤오핑 동상이 있는 롄화산 공원으로 가기 위해 인터넷 공유차 디디 추싱 택시를 불렀다. 액정을 보니 5분 후에 디디 택시가 도착한다. 택시를 기다리면서 무심코 하늘을 행해 수직으로 치솟은 헝다 본사 건물을 올려다 봤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12월 15일 경찰들이 광둥성 선전시 헝다그룹 본사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철저히 막고 있다. 2021.12.17 chk@newspim.com |
가물 가물 올려다 보이는 빌딩 맨 꼭대기에 커다란 한자 글씨 '헝다집단(恒大集團)' 로고가 부착돼 있었다. 한자 로고 아래에는 좀 작은 글씨로 '영원히 장대하다'는 뜻의 'EVERGRANDE GROUP(에버그란데)' 영문 로고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자가 헝다 본사 탐방 취재에 나선 12월 15일,경제 전문가들은 헝다 위기는 무모한 기업 확장의 결과라며 시가 총액이 한창 때 7000억 위안에서 현지 300억 위안으로 쪼그라 들었다고 SNS 뉴스 플랫폼을 통해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 선전 중심가 허우하이(后海) 대도(大道). 이 시각 이곳에선 14억 국민 모두가 내집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헝다 그룹 쉬자인 회장의 꿈이 바벨탑 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12월 15일 선전시 헝다그룹 본사 인근에서 대형 부동산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1.12.17 chk@newspim.com |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