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강도살인죄는 반인류적 범죄…용납 못해"
옛 직장 동료에게 돈 빌리려 했다가 거절, 살해 계획
검찰 "배신감 상상 못한다" 사형 구형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옛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15일 강도살인·재물은닉·방실침입·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며 "강도살인죄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생명을 그 수단으로 삼는 반인륜적 범죄로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도구와 피해자의 저항 능력, 부검 감정 결과 등에 미뤄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삶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범행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피해자의 자녀들이 앞으로 크면서 입을 정신적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장에 30분 정도 머물다가 피해자를 살해한 점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에 돈을 줬다면 살해하지 않으려는 마음도 한편으로 있었을 것"이라 했다.
다만 "범죄 전력을 따져볼 때 피고인에 재범할 위험성이 크거나 교화의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성장 과정과 가족의 진술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해야 한다고 누구나 인정할 특별할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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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앞서 A 씨는 사업난으로 4억5000만원의 빚을 빚고 변제 압박을 받던 중 주식 투자에 성공했다는 전 직장동료에게 돈을 빌리려다가 거절당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A 씨는 지난 7월 13일 피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후 A 씨는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자신이 운영하는 경북 경산시의 공장 정화조에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대리기사를 불러 피해자 차량을 함께 이동시키기도 했다.
이어 사설업체를 찾아가 피해자 휴대폰 잠금장치를 풀어 주식 계좌에서 주식 9억원 상당을 매도한 뒤 현금,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챙겨 달아났다. 또 피해자의 혈흔을 없애기 위해 피해자 오피스텔의 벽면을 시트지로 도배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
피해자 부인의 실종신고로 오피스텔을 수색하던 경찰은 살인 정황을 발견하고 폐쇄회로(CC) TV 등을 통해 A 씨의 신원을 특정한 후 경북경찰청과 공조해 7월 15일 경북 경산에서 A 씨를 체포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과 함께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증권회사 동기로 퇴사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해 도움을 주던 피해자를 강도살인 대상으로 삼아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피해자가 죽음의 순간에 느꼈을 배신감과 고통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한 가정의 행복을 깨뜨려 죄송하다"며 "저로 인해 고받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엄벌에 처해달라"고 했다.
fil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