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등 재택근무 유지
출장·대면 업무 등 최소화..'오미크론' 예의주시
최태원·정의선 회장 등 1월 CES 참석 불투명
"10일간 격리 조치가 출장 등에 가장 큰 영향"
"'위드 코로나' 너무 이른 시도" 지적도
[서울=뉴스핌] 김기락 김경민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4주 동안 사적모임 최대 인원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하면서 국내 대기업이 발빠르게 방역 체계 강화에 나섰다.
일상화된 재택근무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Omicron) 감염 예방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오미크론 출현 국가는 물론 해외 출장을 자제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출장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다만 수일째 국내에서만 5000명 안팎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가 하면, 오미크론 감염자도 나온 탓에 국내외 생산 및 사업장에 대한 위기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점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정부의 '위드 코로나'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5대 그룹 [사진=뉴스핌DB] |
◆ "재택근무 등 정부 방역 지침 보다 더 강하게 해왔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과 함께 국내 주요 대기업이 코로나19 급증에 따른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추진하기 시작한 위드 코로나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대기업들은 방역을 섣불리 완화하지 않은 점에 안도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정부의 방역 대책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진 재택근무를 포함해서 방역 수칙 변화가 없다"면서도 "일반적인 지침이 있진 않고, 각 부서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둔 지난 10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자체적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전면 금지됐던 대면 회의를 10명까지 소규모로 재개하고 업무상 필요한 국내외 출장은 기존 경영지원실 승인에서 사업부 자체 판단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또 사업장 간 셔틀버스 정원도 50% 인원을 제한해 운행하기로 했고 30% 순환 재택근무와 저녁 회식 제한 등 일부 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해외 출입국자도 정부 격리 면제자의 경우 별도 격리기간 없이 입국 1∼2일 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도도 신중하게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가급적으로 비대면 회의나 화상회의, 재택근무 권장 등 기본적인 안내는 예전부터 하고 있다"며 "사업장별로 각자 자율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현재 각 사업장에 따라 방역 수칙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달부터 기존 임원급 조직 책임자의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임직원은 승인 절차를 밟지 않고 해외 출장을 갈 수 있게 했다. 대면 회의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10명 미만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이번 방역 강화 조치에 따라 해외 출장 및 대면 회의도 축소될 전망이다.
LG그룹은 일부 근무 체계가 변경될 수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직원들 안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내부 방역 지침 정할 계획"이라며 "정부 기준에 재택 근무 등 세부 사항을 정하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재택근무 비율이 30~40% 곳도 있다"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회사 상황에 맞게 고위험군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회사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며 "코로나19 2년 동안 정부 지침보다 조금 강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수출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
◆ 현대차, 해외 출장 등 최소화.."오미크론 불확실성 너무 높다"
현대차그룹은 해외는 물론 국내 출장도 최소화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택근무 가능한 업무는 재택을 유지하고, 국내외 모든 출장에 대해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는 재택근무를 이어가면서 휴가 사용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대면 회의와 회식도 줄이는 대신,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 활동으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창궐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및 주요국 완성차 공장은 수차례 가동을 멈추며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7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심하게 겪어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생산 특성상, 단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만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현대모비스는 비대면 업무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택근무를 통해 일상에서부터 감염 우려를 최소화한다는 기조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재택근무 제도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제철 관계자도 "그동안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회식을 자제하는 등 기존 방역 대책과 크게 변동된 것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 유럽 등 오미크론 발생 국가에 대한 출장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오미크론의 전파력 등 구체적인 바이러스 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보다 높은 고강도 방역 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과 오미크론 감염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정부 지침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사내 거리두기 3단계에 해당하는 방역 수칙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는 코로나 재확산국 중심으로 현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방역 대응을 강화한다"며 "또 정부에서 최근 코로나 확산 및 오미크론 변이 국내 유입으로 방역 조치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회사도 강화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12.03 mironj19@newspim.com |
◆ 김부겸 총리 "업종별 분야별 방역..재택근무 최대 활용" 당부
국내를 비롯해 유럽 등 주요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오면서, 대기업들은 해외 출장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정부는 이날부터 국내 입국하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10일간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내국인, 장기체류외국인은 입국 시 자가격리 10일 동안 PCR 검사 3회(사전 PCR, 입국후 1일차, 격리해제전)를 받아야 하며, 단기체류외국인은 임시생활시설에 10일간 격리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입국 시 10일간 격리 조치가 해외 출장, 여행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전업계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 참석 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CES는 세계 최대 가전 IT 박람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저희도 고민"이라면서도 "아직 결정이 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에 다른 대기업들도 CES를 포함한 해외 행사 등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사장 등은 CES 2022 참석을 계획했으나 현재로선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CES 참여 계획 중인 대기업 관계자는 "어느 정도 준비를 마쳤어야 할 시점인데 현재로선 항공, 숙박, 현지 코로나 상황 등 변동성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감염의 확산세를 빠르게 진정시키기 위해서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강화한다"며 "내주부터 4주간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수도권은 최대 6인, 비수도권은 8인까지로 축소한다"고 새 방역 대책을 제시했다.
산업과 관련해선 "모든 기업체와 사업장에도 각별히 당부드린다"며 "업종별, 분야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주시고, 연말까지는 재택근무 등을 최대한 활용해 감염 확산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산업계에선 사상 최대 규모의 확진자 급증에 코로나19 첫 발생된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무슨 '위드' 코로나냐. 주요 기업의 '경영 시계'가 다시 멈추게 될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방역 대책을 잘 따랐지만 위드 코로나는 너무 이른 시도였던 게 아닌지 정부 차원에서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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