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 부회장, 경영부터 생산까지 두루 경험
'컬러강판' 1등 넘어 2030년까지 매출 2조원 목표
ESG 경영 핵심 축인 '사람·환경'서 리더십 발휘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동국제강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면 좋겠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의 '초격차 경영'이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좌고우면(左顧右眄) 않고 동국제강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 수익성까지 꼼꼼히 챙겼다. 이 같은 리더십에 노사도 27년째 무파업 임금협상으로 순항 중이다.
장 부회장은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해 해외지사, 포항제강소 등을 거쳤으며 그룹 경영전략실장을 맡아 그룹의 핵심사업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후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동국제강의 주력 계열사를 경영하다 2015년 동국제강 단독 대표이사를 맡아 현재까지 조직을 이끌고 있다.
장세욱 부회장이 8일 동국제강 을지로 본사 페럼홀에서 열린 럭스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컬러강판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
◆ '컬러강판'으로 역대 최대 실적 견인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이 2015년 흡수합병한 유니온스틸에서 컬러강판을 생산했다. 당시 동국제강은 봉형강·후판 등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으나 장 부회장이 등판하면서 컬러강판 또한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장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유니온스틸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초로 철강 브랜드 '럭스틸(LUXTEEL)'을 론칭했다. 럭셔리(Luxury)와 스틸(Steel)의 합성어로 단순한 컬러강판이 아닌 우아한 패턴과 색상을 입힌 고급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 브랜드 이미지를 시장에서 확고히 했다. 이후 동국제강에서 명맥을 이었고 럭스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알짜 브랜드으로 거듭났다.
컬러강판에 대한 애착과 포부도 크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이 분야에서 연간 생산량 85만톤(t) 수준인 생산규모를 100만t으로 늘리고, 1조4000억원 수준인 매출은 2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부산공장에 신규 컬러강판 생산라인인 'S1CCL'을 준공했다. 아울러 멕시코·인도·태국 등 해외 거점 3곳에 이어 2030년까지 미주·유럽·동남아·호주 등을 포함해 총 8곳으로 생산 거점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장 부회장은 지난달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전략을 초격차 두번째 전략의 의미에서 '초격차 전략 2.0'으로 명명했다. 그는 "럭스틸은 철강업계 최초의 브랜드로 시작해 컬러강판의 대명사가 됐다. 럭스틸이 디자인하는 도시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며 "컬러시장에서의 확고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앞으로 10년의 초격차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수익성 개선도 돋보인다. 현재 프리미엄 컬러강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5%로 1위다. B2B에 그쳤던 컬러강판 수요가 점차 가전과 디지털 등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확장되면서 전망도 밝다. 게다가 t당 130만~250만원 정도로 일반 강철보다 t당 마진이 높은 점도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3% 증가했다. 이는 철강 호황기였던 2008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 ESG 시대 예견했나...'필(必)환경·사람' 경영 돋보여
장 부회장이 일찌감치 초격차 전략을 펼쳐온 것은 초격차 경영을 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철강업계가 수소 등 신사업 도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새로운 시도나 혁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업의 방향을 살피고 내부에서도 변화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장 부회장의 그간 행보 또한 앞선 선언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올해 초 화두로 떠오른 ESG(사람·환경·지배구조) 경영을 미리 예견한 것처럼 조직과 환경 모두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장세욱 부회장이 8일 동국제강 을지로 본사 페럼홀에서 열린 럭스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컬러강판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
임직원들에 대한 그의 리더십은 신년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엔 동국제강의 경영방침인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잇달아 언급하며 임직원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달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웠던 올해엔 시무식에 앞서 팀장들에게 '백스테이지 리더십(Backstage Leadership)'을 강조하며 조직이 방향을 잃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을 특별히 주문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창립 행사에선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나 불필요한 업무는 모두 버리고 정시 퇴근 등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등 건강한 기업문화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ESG 경영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높은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중강(中强)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환경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사회공헌 활동과 노사화합 문화를 계속 발전시켜 100년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친환경 공법인 '에코 아크' 전기로 전기로를 가동한 데 이어 친환경이 아닌 '필(必) 환경'을 경영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 물질 저감을 위해서도 매년 유지 관리비를 50~60억원 이상 투자하는 등 향후 ESG 경영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