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지난 16일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23)씨가 '태움(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죽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보건의료노조가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23일 경기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확인한 상황으로는 A씨 혼자서 23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했고 업무는 과중했다"며 "신규간호사인데도 평소 2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화장실 갈 시간, 생리대 갈 시간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내 삶을 지켜주는 공공의료 의료연대본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현직 간호사의 현장 발언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1.11.11 hwang@newspim.com |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거나 환자 앞에서 차트를 던지고 모욕하는 '태움(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렸다. 노조는 "A씨는 힘들다고 호소하며 부서이동을 요구하고 상담을 요청하고 사직까지 타진했다"며 "그러나 호소는 가로막혔고 부서 이동 요구도 거절당했다. 상담 요청도 외면당했으며 퇴사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살인적인 노동강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태움 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인력 착취를 위한 노예계약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죽음을 개인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업무상 재해 신청 절차를 추진하고 승인받기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병원 측에 촉구했다.
노조는 제2, 제3의 추가 피해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인의 사망 관련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 ▲동료 직원들에 대한 2차 가해 중단 조치 ▲인력 확충 ▲간호등급 1등급 인력 기준 준수 ▲신규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위한 충분한 교육훈련 보장 ▲직장내 괴롭힘 근절 ▲인권이 존중받는 조직문화 개선 ▲근로계약서상 노예계약 폐지 등 철저한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는 "7개월 차 신규간호사였던 A씨가 담당한 환자는 23명인데도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간호사 등급은 최고등급인 1등급이었다"며 "정말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간호등급이 1등급이었는지, 7개월 차 신규간호사가 23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어떻게 간호등급이 1등급이 될 수 있는지 등 진상조사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입사한 A씨는 지난 16일 오후 1시쯤 병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유족은 태움이 사망 원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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