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명확하지 않아 평가 시기상조"
기재부‧금융위 난감…"쉽지 않을 것"
업계 "가상자산‧블록체인 이해 부족"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연일 화제다. 특히 부동산 개발 이익을 전국민에게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두고 업계에선 현실성을 타진하고 나섰고, 관련 부처에선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행사에서 "대규모 토지 개발,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고, 전 국민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 일종의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된다는 걸 심도있게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발이익은 국민께 완전하게 환수해 돌려주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는데 기존 제도 안에서 만들려면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구체화되면 말할 수 있겠지만 현재 나온 짧은 발언만으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테크니컬(기술적)하게 나온 게 없어 명확한 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평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하게 틀린 것은 가상자산은 투자자산일 뿐이고 화폐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 후보가 말하는 가상자산은 디지털화폐인 CBDC와는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한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위해 제도적, 법적 기반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현재 2년간 연구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CBDC 실제 검토에서 발행까지 통상적으로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앞으로 3~4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후보의 공약은 국가 자체에서 발행하는 가상자산이라는 의미인 만큼 CBDC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CBDC는 탈중앙화에 대항해 생겨난 것이라 가상자산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인 만큼 발언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현 정부가 가상자산을 명확한 금융자산이나 화폐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주제 자체에 난감함을 드러냈다. 두 부처 모두 가상자산 전국민 지급에 대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법적, 제도적, 기술적으로 진행이 쉽사리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11 leehs@newspim.com |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선심성 공약을 뱉고 있다는 공통적인 평가를 내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CBDC는 중앙은행이 주체가 돼 발행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통화로 볼 수 있지만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자산은 그렇지 않다"며 "민간에서 하는 건 강제로 사용하게 할 수 없고 시장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전국민에게 가상자산을 나눠준다는 건 복잡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며 "금융자산으로 아직 확실히 인정받지도 않았는데 뜬금없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건 가능하다. 대장동 사태로 불거진 불투명한 이익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투명하게 남긴다는 것에는 긍정적이다"면서도 "개발을 해서 나온 이득. 즉, 돈을 토큰으로 만든다는 것은 스테이블 코인(가치를 안정시킨 코인)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하다면 이득을 돈으로 돌려주지 왜 토큰을 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그 토큰은 특정금융정보법의 대상이 되는 지도 묻고 싶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미와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표심 잡기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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