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오늘 애플이 폰을 새롭게 발명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븐 잡스 애플 CEO는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이렇게 소개했다. 이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들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했고 동시에 주식시장에서도 거대한 공룡으로 커나갔다.
백지현 자본시장부 기자 |
그로부터 14년 후 메타버스와 그 안에서 거래되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은 새로운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초등학생들이 유튜브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는 로블록스는 올 3월 상장 이후 주가가 40% 뛰었다. 필리핀의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은 NFT 게임 엑시인피니티에서 통용되는 알트코인인 엑시인피니티의 가격은 4월 초 대비 18배 가량 올랐다.
국내 시장도 뒤늦게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는 중이다. 최근 증시는 메타버스와 NFT 없이는 설명이 안 될 정도다. 관련 내용이 거론되기만 해도 주가가 폭등한다. 물론 NFT로 어떤 서비스를 운영할지, 어떻게 수익화할지 불분명한 회사들도 다수라서 과열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높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새로운 테마가 반가우면서도 무언가 찜찜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바로 규제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의 큰 차이점은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일단 막고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반복되는 문제다. 물론 최근 반복되는 암호화폐 먹튀 등을 보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의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보수적 태도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NFT 사업의 성장판을 끊어버릴까 우려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조차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 NFT나 디파이 등도 가상자산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금융당국은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지침을 반영해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놨다. 그러나 NFT가 결제나 투자용으로 쓰인다면 가상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여 여전히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남겨 뒀다. 더욱이 당장 시행이 2개월도 안 남았지만 여당 대선후보가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점을 유예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울 정도로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감이 높은 상황이다.
잡스의 말대로 스마트폰은 전화기의 의미를 재창조했다. 나아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이제는 메타버스의 차례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거래수단인 NFT의 활용 범위는 미술품, 게임 아이템, 아티스트 굿즈, 부동산까지 점점 확장될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전세계적 흐름이다. 당국이 단순히 투기의 영역으로만 바라보고 옭아맨다면 NFT라는 메가트렌드에서 결국 국내 기업들만 소외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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