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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의 환희 ...분청사기 굽는 도예가 허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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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리치 "현대 도예가 나아갈 길은 조선 분청사기가 이미 다 제시"
서양의 것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동양적 미학의 절정 형상화
'박지(剝地)' 기법으로 빚어낸 모란무늬편병에 삶의 관조가...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도자기 그릇하면 유럽 브랜드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일 터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브랜드는 멸종 직전에 몰려 있고, 대형 백화점이나 럭셔리 편집숍의 생활자기 판매장에는 거의 유럽 브랜드 제품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니 국내 제품들은 이들 사이에 초라하게 끼어서 겨우 숨만 붙어 있는 형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활자기로서 국내 제품들이 외면받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여러가지 사정이 있지만, 현대에서 우리 자기가 시선을 못끄는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 문제다. 세련되고 현란한 서구의 문물에 길들여지고 한껏 눈이 높아진 우리 소비자들 시선에 우리 제품들은 너무 낡고 둔탁하며, 심지어는 조악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그럼 이런 현실에서 탈출할 방도는 없을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분청사기(粉靑沙器)에서 찾을 수 있다. 분청사기란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의 줄인 말로 고려 말에서 임진왜란 30~40년 전까지(1392~1592년 무렵) 만들어진 도자기다. 분청사기의 흙은 고려청자와 같은 일반 점토질이다. 철분이 섞여 거칠어진 겉면을 하얀 분(백토)으로 분장했다고 해서 분청사기로 불린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허상욱 모란무늬편병 [사진 = 솔루나 갤러리 제공] 2021.11.11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허상욱 조어문장군 [사진=솔루나 갤러리 제공] 2021.11.11 digibobos@newspim.com

형태와 장식 면에서 청자와 백자가 귀족적이라면, 분청은 소박하고 서민적인 해학이 물씬 느껴진다. 문양은 크게 과장되었으나, 규범에 구애받지 않은 즉흥적 표현이 보는 사람에게 천진난만한 자유를 선사한다. 이런 분청에 대해 영국의 세계적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Bernard Howell Leach, 1887-1979)는 "속물적 근성이 없는 자연스러움의 극치"라고 찬양하면서 "현대 도예가 나아갈 길은 조선의 분청사기가 이미 다 제시한 바, 그것을 목표로 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그 가치를 평가했다.

분청은 우리 도예가 나아가야 할 미래이고, 현재의 척박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큰 분야다.

우리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머그(mug)의 예를 들어보자. 머그 없는 집은 거의 없지만, 유럽산 제품 아니면 정체 불분명의 조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것 대신 도예가 황상욱의 분청 머그 하나를 대체해서 놓아보자. 아마, 매우 세련되면서도 그윽한, 그러면서도 현대적 미감이 더해진 편안한 느낌의 분위기로 확 바뀔 것이다.

허상욱의 작품에는 분청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로움, 해학의 미감이 잘 녹아 있다. 허상욱이 오로지 분청 작업만을 고집하는 까닭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앞에서 분청 머그를 예로 들었지만, 황상욱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모란 무늬(문양)의 편병(扁甁)이다. 편병은 몸체의 양쪽 면이 편평하고 납작한 모양에서 생긴 말로,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 후기까지 술이나 물 등을 담아 휴대하는 용도로 꾸준하게 제작되었다.

모란이 가득 들어 있는 허상욱의 모란무늬 편병은 서양의 것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동양적 미학의 절정을 이룩해낸다. 그렇지만 고루하지 않고 세련되게 화사하며, 정감이 있다. 묵으로 그린 단색의 화초가 마치 가장 화려한 색조로 피어나는 느낌이랄까.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허상욱의 분청 작품은 서양의 것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동양만의 미학이 잘 살아 있다. 2021.11.11 digibobos@newspim.com

늦 봄, 뭇 꽃들이 진 자리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모란의 크고 화려한 꽃송이는 탐스럽고 찬란한 인생의 아름다움, 풍요와 번영을 상징한다. 살아서는 부귀영화와 환희를, 죽음 후에는 영원한 안녕과 번번영을 기원한다. 그런 꽃이 옅은 갈색 바탕의 편병에 가득 피어나 있다. 살아있을 때에는 감상의 즐거움과 심상의 편안함을, 죽어서는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는 편병이다.

편병에 가득한 모란을 형상화하는 기술은 '박지(剝地)'라는 기법이다. 질(태토)로 그릇을 빚은 후 배토로 분장을 하고 문양을 그린 뒤, 배경 부분을 긁어내어 무늬를 드러낸다. 서양에서는 이탈리아 말로 스그라피토(Sgraffito)라고 한다.

분청 작업에는 박지 말고도 음각, 상감, 인화, 귀얄, 덤벙 등 많은 기법이 있는데, 허상욱은 박지로 문양을 내길 즐겨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리움미술관에서 보물 1070호 박지 모란문 장군(물, 술, 간장 따위의 액체를 담아서 옮길 때에 쓰는 길죽한 모양의 항아리)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얻은 감동과 영감을 잊을 수 없었다. 내 박지 작업은 그 보물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라 할 수 있다. 문양을 그린 다음에 긁어내는 작업이 참 재미 있고,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주로 모란 꽃을 그리는 이유는 "작은 꽃들은 옹색한 느낌이 들어 큰 꽃을 찾다보니 모란이 제일 적당했다"고 했다. 물론 모란이 지니는 상징성도 큰 이유가 됐다.

허상욱의 박지 작품 가운데는 어문(물고기 무늬) 장군도 있다. 옛부터 분청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양은 물고기와 연꽃이다. 쏘가리 종류라고 생각되는 물고기는 혼자 있거나, 연꽃과 같이 노닌다. 허상욱의 장군에는 물고기와 새, 연꽃이 함께 등장한다.

허상욱은 특히 쌍어문(雙漁文)에 관심이 많은데, "아무래도 선조인 허황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한다. 가야 수로왕의 왕비로 인도에서 온 허왕후를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쌍어문이다. 가락국의 국장(國章)이자 신앙의 상징으로 사용된 쌍어문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물고기가 인간을 보호하는 영특한 존재로 여겨 사용하던 문장이다. 이후 인도에 전파되고, 힌두교의 여러 신상(神像)중에 하나가 되어 널리 사용됐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허상욱 쌍어문 스툴 [사진=솔루나 갤러리 제공] 2021.11.11 digibobos@newspim.com

지금도 가야의 옛땅이었던 경남의 여러 불교 사원에는 쌍어문이 남아있다. 김해의 은하사, 계원암, 합천의 영암사에 쌍어문이 그림이나 조각으로 있다. 쌍어신앙은 조선시대까지 계속되어 선비들이 사용하던 묵(墨)에도 그려지고, 여인네들의 노리개에도 달리게 되었다. 이천년 전 한 여인의 국제결혼이 이렇게 지금까지 우리 문화속에 살아 숨쉬고, 이윽고는 허상욱의 장군에도 등장하게 됐다.

소박한 분청 사발에 어느새 퐁당 들어와 앉은 물고기 한 마리. 화장토에서 올라온 질박한 백색과 질이 내는 묘한 청회색의 호수를 유유히 떠다니는 물고기 꼬리의 움직임을 다라가다보면 나 역시 덩달아 그 물에서 둥둥 헤엄치는 듯하다. 물고기는 마음을 묘하게 울린다.

허상욱은 대학은 도예과를 나왔지만, 군대를 다녀와 복학생 시절 방송국에서 미니어처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일이 재미 있어서 그 길로 죽 갈 수도 있었는데, 3학년 때 호암미술관에서 분청사기를 보고 그만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청자나 백자보다는 분청이 제일 만만해보였다." 물론 이런 그의 생각은 곧 엄청난 잘못임을 깨달았지만, 분청의 자유분방함이 만만하게 보이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작품 앞의 허상욱 작가 2021.11.11 digibobos@newspim.com

대학을 졸업한 다음은 분청사기를 만드는 도예작업이 그의 삶의 모든 것이 됐다. 1997년에 경기도 양평에 작업실과 집을 짓고(결혼도 그 때 했다) 현재까지 25년 넘게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부인이 대학 CC였기 때문에 그의 도자 일에 대한 불평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그의 수상을 보면 1993년 산업미술가협회공모전 입선과 한국출판미술대전 동상을 시작으로, 1994년 전국대학미전 은상, 1996년 소사벌 미술대전 최우수상, 2003년과 2005년 세계도자기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입선과 특선, 2006년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특선 등이 죽 이어졌다. 상복도 많은 편이다.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7일까지 연 서울 효자동 솔루나(Soluna) 갤러리의 '하상욱 분청 스펙트럼: 환희, 의미와 확장'전까지 모두 15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국제전시회도 런던 사치갤러리 등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다. 현재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폴란드 바르샤바의 국립민속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종로구 효자동 솔루나 갤러리에서 지난 7일까지 열린 허상욱 개인전 '분청의 환희, 의미와 확장' [사진=솔루나 갤러리 제공] 2021.11.11 digibobos@newspim.com

그는 현재 재료의 다양성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미래지향적인 재료 찾기다. 그는 새로운 재료를 찾는 것이 "고고학자가 발굴하듯 과거의 무엇을 탐구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화장토의 새로운 가능성 찾기나 은 도금 실험도 이런 차원의 노력이다. 분청에 은을 입히는 작업은 3~4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작업이다. 재벌구이한 몸체에 은을 바르고 800도 정도에서 3벌구이를 한다.

"최근 꽃병에 대한 주문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이런 새로운 수요가 생긴 것 같다. 이처럼 대중의 소구력은 늘 변한다. 21세기의 분청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물음을 늘 달고 산다. 새로운 시도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부터 익혀야 한다."

화려한 유럽 브랜드의 꽃병도 좋지만, 허상욱의 분청 편병이나 장군에 꽃을 꽂아보면 어떨까. 틀림없이 꽃을 돋보이게 만들 것이다. 플로리스트들에게 허상욱의 분청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청은 오래된 미래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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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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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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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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