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사학연금, 변화 대신 '안정'
경공·군공, 주식 전문가 영입 '전략 수정'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가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을 모두 마무리하면서 이들 기관투자자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기존보다 대체투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경찰공제회는 1년 가까이 이어진 CIO 공백을 메우고 최근 한종석 케이핀운용 부사장을 신임 CIO로 임명했다. 한 CIO는 케이핀자산운용 부사장, 에코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메리츠자산운용 CIO, KTB자산운용 주식운용총괄 등을 지내는 등 투자운용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사진=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
군인공제회도 올해 이상희 신임 CIO를 임명했다. 이 CIO는 삼성생명 전략투자부장, 주식투자부장, 뉴욕투자법인장 등을 거친 뒤 지난 2014년 롯데손해보험으로 둥지를 옮겨 자산운용총괄 상무를 역임한 바 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기존 CIO의 연임을 선택하면서 변화 대신 안정을 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한 차례 임기를 연장했던 안효준 국민연금 CIO의 두 번째 임기를 연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상 CIO 임기가 두 번이나 연장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사학연금 역시 이규홍 CIO의 임기를 1년 연장한 상태다.
이처럼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CIO가 속속 결정되면서 이들 기관 투자자의 전략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연기금과 공제회 모두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 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군인공제회의 경우, 올해 들어 대체투자 부문에서 상당한 회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의 올해 대체투자 및 부동산 부문 예상 수익률은 6% 수준이다. 앞서 이상희 군인공제회 CIO는 단기적으로는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에 집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쪽으로 대체투자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경찰공제회(경공) 역시 채권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경공의 전체 투자자산은 3조6550억원으로 대체투자 비중은 49.9%(1조8253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한종석 경찰공제회 CIO가 주식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투자와 주식 비중을 함께 높이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경찰공제회의 운용자산 중 주식에 투자된 비중은 3.7%에 불과한 상황이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지난해와 올해 주춤했던 해외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 연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지실사에 애를 먹으면서 대체투자 운용비율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학연금은 올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만큼 올해는 상위권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체투자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
국민연금 역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리고 고성장 섹터를 찾아내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관 투자자와 손 잡고 공동 투자하는 전략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소와 2차전지 등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체투자 분야를 발굴하고 투자한다는 게 국민연금의 복안이다.
연기금 한 관계자는 "적어도 최근 2년 동안은 연기금과 공제회의 운용역량보다는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수익률을 판가름 했다"며 "다만 내년부터는 코로나19의 자본시장 영향이 비교적 적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제는 각 기관투자자 CIO들의 전략과 판단능력이 희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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