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 공모주, 수요예측·청약 저조
투자자들 "기관 물량 폭탄 우려에 할인율도 낮아"
[편집자주] 주식 뉴스는 많지만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를 위한 맞춤 뉴스는 흔치 않습니다. 잘 몰라서, 물어보기 민망해서 그냥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았을 텐데요. 코스피3000 시대를 맞아 '금융 투자'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만을 모았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올해 공모주 시장이 들썩인 가운데 '흥행 참패' 종목들이 눈에 띕니다. 일부 종목의 공통점은 '이전상장'인데요.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둥지를 옮기자마자 공모가 대비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근심도 늘고 있습니다. 올해 이전상장 종목은 총 9곳. 스팩 합병으로 데뷔한 2곳을 제외하면 7곳인데, 절반 가량(3곳)이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 수준입니다.
코넥스 이전상장 기업의 주가 부진은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거의 해마다 이전상장 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기관 수요예측 저조 → 공모청약 참패 → 상장 후 주가 하락'이라는 패턴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넥스 이전상장 기업들의 '꽃길'을 막는 장애물은 대체 뭘까요. 이전상장 종목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을 알아봤습니다.
◆ 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 공모주, 데뷔 성적은?
승승장구하던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공모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종목이 많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공모가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새내기주가 속출했는데요. 올해 들어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돈 경우는 모두 12건. 하반기에 이전상장한 에스앤디(-10%), 에이비온(-1.18%), 에브리봇(-9.95%) 등이 모두 이 경우에 속했습니다.
사실 주가 부진을 예상할 수 있던 전조 현상은 있었습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경쟁률이 모두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인기 공모주에 대한 경쟁률이 1000 대 1을 가볍게 넘기던 상황에서 에브리봇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576.74 대 1, 에이비온과 에스앤디는 각각 139.36 대 1, 173.11 대 1을 기록했습니다. 공모청약 경쟁률은 에브리봇 159.42 대 1, 에이비온 30.66 대 1, 에스앤디 4.20 대 1로 더 처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모주의 흥행 척도는 수요예측·공모청약 경쟁률인데요. 순서상 앞서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외면받는 게 현실입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야 나중에도 주가가 오를 테니까요. 앞선 경쟁률이 향후 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면서 갈수록 인기가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 기관투자자, 이전상장 종목 외면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이전상장 종목이 기관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요. 먼저 수급 문제가 꼽힙니다. 코넥스 시장에서 주식을 들고 있던 기관투자자들이 이전상장 직후 쏟아낼 '물량 폭탄' 때문입니다. 증권사 주식운용본부 관계자는 "코넥스일 때 미리 주식을 확보한 기관들이 상장 직후 물량을 털어낸다. 때문에 이전상장 기업은 투자대상으로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코넥스 1호 이전상장 기업을 아시나요? 아진엑스텍이라는 기업인데요. 2014년 7월 코스닥 데뷔와 동시에 시초가 대비 10% 급락하며 지옥을 맛봐야 했습니다. 회사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넥스 시장에서 참 고마웠던 기관투자자가 자금 부메랑이 돼서 우리를 공격하는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지난 9월 상장한 에스앤디의 대표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탄탄한 실적과 달리 주가는 이전상장 이후 연일 내리막이었는데요. 상장 첫날부터 나흘 연속 기관투자자들의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습니다. 2대 주주였던 '유안타 세컨더리 2호 펀드'만 해도 이전상장 직전 보유한 물량(61만주)의 75%인 46만주를 상장 직후부터 내다팔 수 있었거든요. 참고로 에스앤디의 코넥스 상장 시절 유안타 펀드의 취득 단가는 8000원대입니다. 공모가(2만5000원)보다 싸게 팔아도 무조건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 '기업가치 선반영'...이전상장 후 상승 가능성 낮아
코스닥 상장 기대감이 코넥스 시장에 선반영되며 이전상장 후 주가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코넥스 기업의 이전상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리 주가가 급등하고, 오른 주가가 공모가 산정에 활용되면서 주가 상승폭을 제한한다는 논리지요. 코스닥에 처음 데뷔하는 기업들 대비 할인율이 낮고, 공모 단계부터 기업가치가 뻥튀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최근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넥스 상장사 원텍의 이전상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 상승세도 가파른데요. 올해 1만2000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9월 말 최고 3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6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주당 1만원에 취득한 기관투자자는 3개월 만에 3배 가까운 이윤을 낸 셈입니다.
또 코넥스 시장을 통해 이미 적정 가격을 형성해 온 만큼 코스닥 직상장 기업보다 상승 기대감이 낮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넥스 주가에는 이미 기업가치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직상장 기업 대비 할인율이 낮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할인된 가격을 당연히 더 선호할 테고, 이는 이전상장 기업의 성적이 안 좋은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