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아트 페어'에 '위너' 멤버인 송민호와 강승윤, 헨리 작품 전시
가디언 지 "K-팝과 K-아트의 만남이 예술계를 핥아먹고 있다"고 보도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내년에 K-컬쳐 소개 쇼케이스 열어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급기야는 K-팝 뒤에 아트(art)까지 붙었다. 현대미술의 메카 런던 사치(Saatchi)갤러리가 17일까지 열리는 '스타트(StART) 아트 페어'에 K-팝 스타인 밴드 '위너(Winner)'의 멤버인 송민호와 강승윤, 그리고 캐나다 출신의 '수퍼주니어 M' 전 멤버로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헨리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사치갤러리는 24개국 70명의 화가가 참가하는 이번 '스타트 아트 페어(StART Art Fair)' 홈페이지의 맨 앞에 이들 세 명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스타트 2021'을 소개하는 입장 게이트도 송민호 그림으로 장식하고 있다. 매우 이례적인 '띄우기'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민호'를 거꾸로 배열한 '오님(Ohnim)'이란 예명을 사용하는 '위너' 멤버 송민호를 소개하는 사치갤러리 홈페이지. 2021.10.15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스타트 2021'을 소개하는 사치갤러리 홈페이지. 2021.10.15 digibobos@newspim.com |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13일 이들의 전시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기사의 제목이 'K-붐! 막을 수 없는 K-팝 스타들이 어떻게 예술계를 향해 총을 쏘는가(K-boom! How the unstoppable stars of K-pop went gunning for the art world)'다. 제목부터가 K-팝에 대한 경이로움을 잔뜩 싣고 있다. 기사는 심지어 "K-팝과 K-아트의 만남이 예술계를 핥아먹고 있다(The meeting of K-pop and K-art is making the art world lick its lips)."라고까지 썼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3일 K-팝 스타들의 사치갤러리 전시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캡쳐] 2021.10.15 digibobos@newspim.com |
이 기사에서 스타트 아트 페어의 총감독이자 패러럴(Parallel) 미디어 그룹의 회장인 데이비드 시클리티라(David Ciclitira)는 "K-팝 스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쇼에 출연할 민호, 헨리 라우, 강승윤과 같은 사람들은 각각 인스타그램에 6백만에서 7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그들 중 어느 누구의 예술작품 하나라도 보려고 팬들이 긴 줄을 선다. 그리고 작품을 사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사치갤러리에서라면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라고 K-팝 스타들이 만들어낼 팬덤 현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사치갤러리가 홈페이지 입구에서부터 왜 그들을 그렇게 극진히 대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사는 또한 "오님(Ohnim, 송민호 이름을 장난스럽게 거꾸로 배열한 예명)같은 스타들은 K-팝, K-시네마(오스카 영예의 '기생충'), K-tv(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K-테크(삼성), 심지어 K-철학을 포함하는 한국의 물결, 즉 '한류'의 일부이다."라면서 "내년에 프리즈(Frieze)는 서울 페어를 열 것이고, 런던의 빅토리아와 앨버트(Victoria and Albert) 박물관은 전시회에서 한국의 대중 문화를 보여줄 것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바스 스파(Bath Spa) 대학의 조각가 홍영인,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빈 홀에서의 전시 의뢰를 받은 한국계 미국인 개념예술가 애니카 이(Anicka Yi)와 같은 'K-아트 디아스포라'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위너'가 3년 전 인기 절정이었을 때 송민호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것과 연결된, 그가 예술 작업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나는 대중에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항상 빛나야만 했지만 이를 위해 내가 담당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송민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저는 언어 자체가 올바른 형태로 기능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저는 묻혀있고 숨겨져 있는 우리의 감정의 자투리들이 단순하고 변형된 모습으로 전달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의사소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진정한 대인관계와 인간적인 접촉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공허하고 황폐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사치갤러리에서 전시된 오님(송민호)과 최나리 작가의 콜라주 작품 'No way out, but.. '. [사진 = 최나리 인스타그램] 2021.10.15 digibobos@newspim.com |
송민호와 'No way out, but.. '이라는 제목의 콜라보 작업을 한 최나리는 이를 소개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다음처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인물은 절망에 빠져 괴로워 하고 있다. 파랑. 현재 '코로나 블루'시대에 살고있는 지금의 상황과 맞물려 내용의 해석의 폭을 확장했다. 파랑이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헤쳐나갈 방법도 떠오르질 않는다. 그는 지금 말 그대로 No way out 상태. 작은 마토가 그에게 지금 이 난관, 고민을 헤쳐나갈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고, 그의이야기를 들어준다. 이제 곧 움크린 주인공의 성장통이 끝나고 일어설 것 같다."고 적었다.
송민호의 자기 고백은 세계로 전파된 한류와 결합된 K-아트 정체성의 특징을 반영한다. 작년에 서울에서 사치갤러리 주도로 열린 '코리안 아이 쇼(Korean Eye show)'의 큐레이터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쥬 박물관의 디미트리 오제르코브(Dimitri Ozerkov)는 "현재 한국 문화의 창조적 다산성 이면에는 이를 쥐어짜는 자발적인 공격성과 그로 인한 탈진, 인격적 불안(혼란)과 주의력 결핍의 과잉활동 등이 존재한다"고 카탈로그에 썼다. 그렇기에 K-아트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잘 관리된 집단적 정체성을 하늘 높이 날려버릴 수 있는 수류탄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잘 나가는' 한류의 뒤에서 생성되는 부작용이 예술의 근원으로 작용하지만, 사회적 불안의 원인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선 오님. [사진= YG 제공] 2021.10.15 digibobos@newspim.com |
강승윤은 민호의 전시와 관련 사치갤러리 관계자가 우연히 그의 사진을 본 것이 계기가 돼 스타트 아트 페어에 참여하게 됐다. 항상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주변 풍경을 포착해온 강승윤이 찍은 사진들은 '유연(Yoo yeon)'이라는 예명으로 전시된다. 그는 "유연하다 할 때 유연이 맞다. 한국 이름 강승윤이 서구권에서는 발음하기 힘든 이름이다 보니 해외에서는 'YOON'(윤)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 그건 음악가로서의 이름이다 보니 다른 자아를 두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현재 한국 미술의 위상이 높아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등 유럽 유명 갤러리들이 앞다퉈 서울에 지점을 내는 등 한국이 아시아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1983년 오픈한 타데우스 로팍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 하나로, 10월에 개장한 서울 갤러리는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내년에 프리즈(Frieze)가 열리는 것도 한국이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무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K-아트 세계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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