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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수탈'을 알아야 제주가 보인다... '탐라학' 개론 <제주기행>

기사입력 : 2021년09월08일 11:38

최종수정 : 2021년09월09일 09:25

제주 살아보기에 앞서 제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먼저
국내 독보적인 해양문화학자 주강현 교수의 '탐라 인문교양서'
유목민적 소비주의에 황폐해지는 제주에 대한 육지인의 참회록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제주 살아보기에 대한 유행이 여전하다. 예전 이효리의 제주행이 널리 알려진 이후 제주 한달 살기, 제주 일년 살기가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다가 잠시 잠잠해진듯 싶었는데 코로나19 탓에 해외 나가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제주살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기 휴가를 내서 한달 살기에 도전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제주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물론 어디에 집을 구할 것이며,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대한 사전 준비이겠지만, 그 모든 것에 가장 앞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제주에 대한 올바르고 온전한 역사를 아는 일이다. 제주의 맛집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올레를 다 걸어보았다고, 제주의 풍광 좋은 곳을 다 다녔다고 해서 제주를 아는 것은 아니다. 제주의 속살을 알려면 역시 제주의 역사에 배어 있는 제주의 숨결을 알아야 하고, 그래야 제주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제주를 옳게 알아야 진정한 제주살기가 완성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제주 애월의 바다. 2021.09.08 digibobos@newspim.com

제주에 대한 가장 흔한 얘기가 제주는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럴까? 2021년 8월 현재 제주는 남자가 더 많다. 남자 338,962명에 비해 여자는 336,921명이다. 물론 예전에는 여자가 훨씬 더 많았다. 왜 그리 됐을까?

그 이유가 조선 성종 떄의 문신인 최부(崔溥, 1454~1504)의 <표해록(漂海錄)>에 나온다. 
"제주는 아득히 먼 바다 가운데 있어서 수로로 9백여 리고 파도가 사납기 때문에 공물 실은 배와 장사하는 배가 끊임없이 오가는 가운데 표류하고 침몰함이 열에 다섯이나 여섯 가량 됩니다. 제주 사람으로서 앞서 가다 죽지 않으면 반드시 뒤에 가다 죽습니다. 그러므로 제주 경내에는 남자 무덤이 매우 드물고 마을에는 여자 많기가 남자의 세 배입니다. 부모된 자가 딸을 낳으면 반드시 이 아이가 내게 효도를 잘 할 아이라고 말하고, 아들을 낳으면 '이 아이는 내 자식이 아니고 고기밥'이라고 말합니다."

조선 인조 때 대사헌과 예조판서 등을 지낸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의 제주 방문기인 <남사록(南槎錄)>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바닷길이 험하여 자주 표류를 당하기 때문에 섬사람은 딸 낳기를 중히 여기며 여자 수가 남자의 세곱이나 되어 거지라 할지라도 다 처첩을 가진다."

정답은 이렇다. 아들은 자식이 아니라 고깃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주에는 여성을 찬미하는 다양한 속담이 전해온다. 딸 다섯 나면 부자된다. 딸이 태어나면 돼지 잡아서 잔치하고 아들 나면 궁둥이를 팍 찬다. 딸이 셋이면 일년에 밭을 한 뙈기씩 사들일 수 있다 등등. 

그러나 이같은 여다남소(女多男小) 현상이 여성에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육지보다 훨씬 심한 축첩제도가 횡행했고, 남성을 대신해 힘든 노동을 통해 온몸으로 집안을 지켜나가야 했다. 잠녀(해녀)의 출현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제주기행>은 제주에 관심이 많거나 제주 살아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탐라 인문교양서'다. 2021.09.08 digibobos@newspim.com

또 하나. 제주에서 빼놓지 않고 알아야 할 사실은 제주가 수탈의 섬이었다는 역사다. 대표적인 산물이 감귤과 전복이다. 

감귤은 삼국시대 탐라국 시절부터 백제와 신라에 공물로 진상됐는데, 조선시대 감귤 관리는 유별났다. 나무에 열매가 맺히면 관리들이 찾아가 열매마다 꼬리표를 달아놓았고, 열매가 떨어지면 소유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처럼 감귤이 가혹한 수탈의 대상이 되자 민간에서는 감귤나무가 고통을 주는 나무라며 뜨거운 물을 끼얹어 일부러 죽였다. 다 자란 감귤을 한양으로 진상하기 위해 많은 남자들이 배를 탔다가 죽었다. 당시 한양에서는 감귤이 진상되면 종묘에 제사부터 지냈다. 귤이 대궐에 들어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성균관 등에서는 황감제라는 특별과거를 실시하고 유생들에게 감귤을 나눠주었다.

전복 역시 가렴주구의 대상이었다. 정조 원년(1776년)에 편찬된 <공선정례(貢膳定例)>에 따르면 왕실에 대한 전복 진상물량이 다른 도에 비해 제주가 압도적으로 많은 86.9%(18만9340개)를 차지한다. 이 물량은 중앙관부에 적혀 있는 목표량이니 제주 현지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전복을 바쳐야 했다. 관리들의 중간 착취가 그만큼 심했다. 제주 전복 품질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중국까지 소문이 나서 중국 황제가 공물로 바치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하여 성종 때 중국에 보낸 공물에는 마른 전복 500묶음이 포함됐다.

진상을 위해 해조류와 패류를 채취했던 잠녀역(潛女役·해녀역), 전복을 잡던 포작역(鮑作役), 말을 기르던 목자역(牧子役), 귤을 재배하던 과원역(果員役), 진상품을 운반하는 선격역(船格役), 관청의 땅을 경작해주던 답한역(畓漢役) 등은 모두가 맡지 않으려 했던 괴로운 '6고역'(六苦役)이었다.

조정에 바쳐야 할 진상품 부담이 너무나 과중했고, 중간에서 가로채는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지자 사람들은 견디다 못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거나 바다에 떠돌면서 해적질을 했다. 부역과 진상을 피해 수많은 남자가 섬을 떠나면서 남성 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들었고, 제주는 '여다(女多)의 섬'이 됐다. 이렇게 인구 이탈이 심해지자 조선 조정은 출륙금지령을 내리는 강력한 통제정책을 실시했다. 그렇게 제주 사람들은 200년 가까이 섬 안에 갇혀 폐쇄된 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런 슬픈 역사는 현대에도 이어졌다. 제주 '4.3학살 사건'으로 수많은 남성들이 죽음을 당했다. 이처럼 '여자가 더 많다'라는 제주에 대한 짧은 명제 뒤에는 슬프고도 잔혹한 제주의 역사가 응축돼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장을 지낸 국내 독보적인 해양문화학자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의 신간 <제주기행>이 출간됐다. 주교수는 청년 시절부터 40여년 동안 제주와 인연을 맺어왔고, 애월에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CC)을 운영하며 해양문화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제주기행>은 원래 2011년에 출간됐던 것을 발간 10년만에 대대적인 개정증보를 해서 다시 펴낸 것이다. 제주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살아보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다. 도서출판 각 펴냄. 472쪽. 2만5천원.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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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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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곤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오는 14일 예정된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재판에 관한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출석 요청을 받은 16명의 법관 모두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됐으며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포함됐다.  shl22@newspim.com 2025-05-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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