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10일 종영을 앞둔 SBS '펜트하우스 시즌3'이 마지막까지 논란의 드라마로 남게 됐다. 건물 폭파 장면에서 실제 광주 학동 붕괴 사고 현장 영상을 사용하는가 하면 포항 지진 당시 이재민들이 담긴 뉴스 장면도 흐리게 처리해 사용하면서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 극단적 스토리 전개탓?…실제 사고 영상 '최악의 논란' 자초
'펜트하우스3'에서 드라마 속 건물 붕괴 장면에 실제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보도한 뉴스 영상을 그대로 내보내 파장이 일었다. 실제로 9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참사 영상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SBS는 논란이 이어지자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유족들까지 나서 입장문을 내면서 유감을 표해 시청자 민원, 방통위 징계 등 사후 조치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SBS 펜트하우스 시즌3] 2021.09.06 jyyang@newspim.com |
지난 3일 방송된 13회에서는 주단태(엄기준)가 사제 폭탄을 건물 내부 곳곳에 설치해 헤라팰리스가 붕괴되는 장면이 나왔다. 뉴스 보도 형식으로 사고 장면이 전해지면서, 이 장면에 '펜트하우스3' 측은 지난 6월 SBS 8시 뉴스가 광주 붕괴 사고 현장 모습을 연결했던 화면을 자막을 바꿔 넣으면서 문제가 됐다.
해당 장면에 쓰인 광주 참사는 지난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고로 9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철거 공사를 진행하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시내버스가 매몰됐으며 탑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를 포함한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밖에도 2017년 포항 지진 이재민들이 대피한 장면도 삽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SBS 펜트하우스 시즌3] 2021.09.06 jyyang@newspim.com |
결국 '펜트하우스3' 제작진은 4일 "일부 자연에 광주 학동 붕괴 사고 밑 포항 지진 피해 뉴스 화면 등 부적절한 장면이 사용됐다"면서 "피해자 및 가족 분들, 모든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해당 장면은 재방송 및 VOD에서 삭제 조치됐으며 제작진은 "내부조사를 통해 해당 장면을 쓰게 된 경위를 파악해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청자 게시판 및 각종 온라인상에서 후폭풍은 여전한 상황이다.
◆ 광주시·유족 측도 분노…반복된 논란, 또 제재 받을까
제작진이 사과했지만 좀처럼 논란이 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광주광역시는 6일 대변인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월 광주광역시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의 아픔과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며 "이 사고는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가족 뿐만 아니라 광주시민과 많은 국민들에게도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현재 진행형의 재난"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제작진이 광주 학동 4구역 붕괴사고의 현장 영상을 드라마에서 사용한 것은 붕괴사고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 그리고 광주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직접 입장 표명을 통해 강력 비판했다.
광주시는 또 "SBS와 드라마 제작진은 경위를 상세히 조사한 후 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이웃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사회공동체 전체가 함께 배려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SBS 펜트하우스 시즌3] 2021.09.06 jyyang@newspim.com |
광주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 대표단은 5일 "SBS 드라마 영상 논란은 우리를 슬프고 분노하게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는 후진국형 인재와 참사가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도개선책 마련을 위해 슬픔과 고통을 견디며 노력하고 있다"면서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더욱이 '펜트하우스3'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드높다. 앞서 시즌3 초반 폭탄 테러로 사망한 로건리(박은석)의 형이 등장하며 레게머리와 온 몸에 문신을 한 비주얼로 특정 인종 조롱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박은석은 "특정 인종을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사과했지만 제작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올 초에는 지난해 방영된 시즌1의 폭력적인 장면들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를 받은 바도 있다. 지난 1월, 방통위는 '펜트하우스'의 시즌1 방송 당시 중학생들이 민설아(조수민)를 수영장에 빠뜨려 괴롭히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가 하면 막말을 일삼는 폭력적인 장면들을 문제삼아 법정제재를 의결하고 시청등급 조정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당시 "방송사 자체심의에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집단 내 괴롭힘을 자극적, 폭력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15세이상 시청가로 방송한 것은 물론 청소년시청 보호 시간대에 재방송하는 등, 지나친 상업주의로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후 '펜트하우스'는 특정 회차 등급을 19세 미만 관람불가로 조정해 방영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종영 직전까지도 경솔한 연출로 발목을 잡히게 됐다. '펜트하우스'는 극중 인물들이 서로 극단적으로 괴롭히고, 목숨을 위협하고, 복수에 나서는 일명 '막장 전개'를 통해 시청률 고공행진을 맛봤다. 하지만 바로 그 극단적 스토리 탓에 여러 논란을 끌어안는, 제 발등을 찍은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