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조용준의 시시콜콜] "나는 로마인이다" vs. "나는 한국인이다"

기사입력 : 2021년09월02일 14:56

최종수정 : 2021년09월05일 11:15

베레스의 폭주를 막아낸 키케로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약 8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수퍼 리치이자, 세계적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창업자인 팀 스위니(Tim Sweeny)가 트위터에서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선언하는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물론 한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인앱(In App) 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된 것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그런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이 또 한 차례 올라갔다는 자부심을 준다. 팀 스위니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오픈 플랫폼의 선두주자"라며 "전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약 2천년 전 가장 자부심 넘치는 자랑은 '나는 로마인이다'라는 것이었다"라면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3년 독일 서베를린을 방문해 "자유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단연 '나는 베를린인이다'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오늘날 자유 세계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단연코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케네디 전 대통령의 '나는 베를린인이다'와 스위니의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말 '나는 로마인이다'는 처음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라틴어 '시비스 로마누스 숨(civis romannus sum)' 즉 '나는 로마시민이다'라는 말은 로마 시민의 법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BC 106–BC 43)가 했던 유명한 연설문에 등장한다. 나중 그의 연설문집인 '인 베렘(In Verrem)'에 실렸다.

변호사, 웅변가였던 키케로가 로마의 '국부(國父, Pater Patriae)'라는 영예로운 호칭까지 얻는 위대한 정치가로 성장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한 국면이 바로 가이우스 베레스(Gaius Verres, BC 120–BC 43)를 기소한 재판이었다. 이 재판에서 키케로는 시칠리아 시민들도 로마 시민임을 역설하며 승리를 이끌어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로마 옛 법무부 궁전 앞에 있는 키케로 흉상. 2021.09.02 digibobos@newspim.com

베레스는 BC 74년 상당한 뇌물을 사용하여 법무관(praetor) 직위를 얻어냈고, 그 지위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도모했다. 그 대가로 원로원은 그를 로마의 주요 곡물 생산지역 중 하나였던 시칠리아(Sicily) 총독으로 보냈다. 

그가 오기 전까지 시칠리아 주민들은 번영 속에서 매우 만족스런 삶을 살았지만, 베레스가 총독이 된 다음부터는 가혹한 폭정과 수탈에 비참한 지경으로 내몰렸다. 베레스는 스파르타쿠스에 의한 검투사전쟁(Gladiator War, BC 73-BC71) 혹은 3차 노예전쟁(Third Servile Wars)의 비상시국을 이용해 부정한 재산을 축적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부유한 지주들의 주요 노예들을 골라 그들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에 가담했다고 하거나, 지역에서 폭동을 일으켰다고 거짓 혐의를 만들어내 기소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노예에게 십자가 처형을 선고하고, 노예 주인들에게 뇌물을 바치면 죄와 형량이 면제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었다. 또한 베레스는 존재하지도 않는 노예의 이름을 만들어내서, 그 노예가 반란을 획책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지역 유지가 그를 숨기고 있다고 죄를 뒤집어 씌었다. 그렇게 기소된 유지가  '날조한 정체불명의 노예'를 내놓지 못하면 뇌물을 받을 때까지 석방하지 않고 감옥에 가두곤 했다. 참으로 악랄한 수법이었다.

이밖에도 그는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거나 부당한 계약 취소로 밀 재배업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시라쿠스(Syracuse)의 신전과 민가의 예술품을 강탈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로마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무시했다.

베레스는 총독으로 부임하면서 테르티아(Tertia)라는 여자를 자신의 정부로 삼았는데, 공개적인 장소에 테르티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 그녀가 안주인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한편, 지역 고위층과 귀족들에게 그녀를 연결해주는 뚜쟁이 역할도 했다. 심지어 자신이 데리고 놀던 그녀와 지역 유지 한 명과의 결혼을 주선하기도 했다.

당시 로마에는 젤리돈(Chelidon)이라는 고급 매춘부가 고위층 유력인사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으면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젤리돈에게 베레스를 연결시켜준 사람도 바로 테르티아였다. 젤리돈은 나중 베레스가 집정관으로 임명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처럼 악랄한 포악행위를 일삼던 베레스는 기원전 70년 로마로 돌아왔다. 그러자 같은 해 시칠리아 사람들이 그의 처벌을 요청했는데, 베레스를 기소한 사람이 바로 당시 신진 정치인이었던 키케로였다. 키케로는 BC 75년 시칠리아에서 검찰관으로 근무했었기 때문에, 시칠리아 사람들과 밀접한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해서 시칠리아의 로마 시민들이 베레스의 범죄에 대해 기소할 것을 키케로에게 요청한 것이었다.

베레스는 자신이 기소되자 당시 로마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법률가인 퀸투스 호르텐시우스(Quintus Hortensius)에게 변론을 맡겼다. 그렇게 유력한 법률가로부터 변호를 받으면서 주요 귀족들도 베레스를 지지하는 등 그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지만, 키케로가 기소 연설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키케로는 베레스의 범죄, 그리고 재판을 탈선시키려는 베레스의 시도를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부가 키케로의 연설을 들은 직후, 호르텐시우스는 베레스에게 현 시점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고, 베레스가 자발적으로 망명함으로써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그리하여 베레스는 그 해에 마르세유로 망명을 떠나고, 재판은 키케로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재판이 끝난 다음에도 키케로는 시칠리아에서 베레스의 범죄를 다루는 두 번째 연설이 될 내용을 수집해서 마치 법정에서 실제로 연설한 것처럼 발표했다. 이 첫번째와 두번째 연설이 바로 '인 베렘', 즉 '벨레스에 맞서서(Against Velles)'이다. '인 베렘'은 나중 출판된 키케로의 연설문집 <베레네 오레이션스(Verrine Orations)>에 포함됐다.

베레스와의 싸움은 키케로의 인생에 정말 중대한 변화를 주었다. 당시 로마의 법 체계는 기소에서 승소한 원로원 의원이 피고의 원로원 직책을 맡을 자격을 주었다. 이는 키케로의 경력에 당연히 매우 큰 힘을 주었다. 왜냐하면 새로 등록된 원로원 의원은 발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키케로는 베레스의 지위를 물려받아서 발언을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팀 스위니와 미국 상원의원 리챠드 블루멘탈의 트윗. 리챠드 의원은 "한국이 보다 나은 앱 경제의 경쟁을 조성하는 발걸음을 떼었다. 미국도 뒤질 수 없다"고 썼다. 2021.09.02 digibobos@newspim.com

 

팀 스위니에 이어 미국 상원의원 리챠드 블루멘탈도 자신이 트윗에서 "한국이 보다 나은 앱 경제의 경쟁을 조성하는 발걸음을 떼었다. 미국도 뒤질 수 없다"고 썼다. 글로벌 플랫폼 거대 기업의 수수료 정책에 제동을 거는 전 세계 첫 사례를 만들어낸 한국 국회는 이를테면, '베레스의 폭주를 막아선 키케로'와 같다.

digibobo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최대 9.54%' 청년도약계좌 유리한 은행은?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청년세대의 중장기 자산형성 지원책인 청년도약계좌 2월 가입이 열렸다. 은행별로 급여통장, 카드 실적 등 조건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입 희망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조건을 따질 필요가 있다. 3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2월 가입신청기간은 이날부터 14일까지다. 서민금융진흥원 CI. [사진=서민금융진흥원]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취급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신청해 가입요건 확인 절차를 거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번 가입대상으로 안내받은 1인가구는 2월20일~3월14일에, 2인 이상 가구는 3월4일~14일에 계좌를 개설(영업일만 가능)할 수 있다. 취급은행은 NH농협·신한·우리·하나·IBK기업·KB국민·부산·광주·전북·경남·iM뱅크(구 대구은행) 등이다. 은행별로 기본 금리와 우대 금리 및 우대 조건이 차이가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이 어딘지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예금상품금리비교 탭에서 기본 금리와 우대 금리 및 우대 조건을 비교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 동안 일정 금액을 내면 만기에 본인 저축액, 은행 이자와 더불어 정부 기여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출시됐다. 납입 금액은 월 1000원부터 70만원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월 70만원씩 5년간 적립하면 만기에 약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누적 162만 명이 계좌를 개설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 소득 2400만원 이하면 최고 연 6% 금리를 제공한다. 이보다 소득이 높으면 최고 연 5.5%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총 급여 6000만원 이하면 정부가 기여금을 붙여주는 구조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모두에게 이자소득세 및 농어촌특별세 비과세가 적용된다. 정부 지원금과 비과세 혜택까지 고려하면 실질금리 수준은 더 높다. 이에 더해 올해부터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늘어난다. 금융위원회는 월 최대 기여금을 기존 24000원에서 33000원으로 늘렸다. 총 급여 2400만원 이하 가입자가 월 70만원씩 5년간 가입하면 4200만원을 납입해 만기 때 최대 5061만원까지 불릴 수 있다. 연 9.54% 일반 적금에 가입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총 급여 3600만원 이하는 만기 때 최대 4981만원, 총 급여 4800만원 이하는 최대 4956만원을 받는다. jane94@newspim.com 2025-02-03 08:57
사진
HLB 리보세라닙, 간암 색전술 병용치료 효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HLB의 항암제인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간동맥 화학색전술(TACE)'과 병용투여한 결과 간세포암(HCC)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3배 이상 연장했다는 임상 결과가 최근 종료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5)'에서 공개됐다. 중국 난징 동남대학교 부속 중다종합병원의 텅 가오중 박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ASCO GI 2025에서, TACE 치료를 할 수 있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TACE+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TACE 단독요법과 비교한 임상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HLB 로고. [사진=HLB] 임상 결과, 1차 유효성 평가 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mPF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TACE+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군은 mPFS가 11.0개월로 대조군인 TACE 단독군의 3.2개월 대비 3배 이상 개선된 것이다. 특히 간세포암 경과 지수 'BCLC(바르셀로나 클리닉이 지정한 간암 경과지수)' 단계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군에서 일관성 있는 치료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TACE+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군은 BCLC-C(중증)인 환자에서도 비교적 질환이 경미한 BCLC-A/B 환자와 동등한 수준의 유효성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TACE+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군의 객관적 반응률(ORR)과 질병통제율(DCR)도 각각 65.0%, 87.0%로 TACE군의 29.0%, 63.0%에 비해 높았다. 2차 유효성 평가 변수인 전체생존기간(mOS)은 24개월로 대조군의 21.5개월 대비 일정 부분 개선효과를 확인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VEGF 계열의 약물 투여 시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고혈압 등이 나타났으나, 모두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특이한 안전성 우려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용해 HLB그룹 CTO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TACE+VEGF억제제+면역항암제 조합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한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 이번 연구자 임상 결과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2025-02-03 09:1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