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계자 잘 알아…무조건 합격시켜주겠다" 1억원 넘게 받아
실제로는 모두 불합격…법원 "죄질 좋지 않아" 징역 1년6월 선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국내 소재 유명 국제학교 관계자들을 잘 알고 있다며 학원에 등록하면 무조건 입학시켜주겠다고 학부모를 속인 입시학원 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3)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국제학교 입시전문학원을 운영해왔는데, 2018년 11월말 피해자 학부모 B씨를 만나게 됐다. A씨는 B씨의 딸과 아들을 인천 송도에 있는 한 명문 국제학교에 무조건 입학시켜줄 테니 시간당 10만원의 수업료를 내고 학원에 등록하라고 권유했다. A씨는 자신이 해당 학교장과 이사장 등 관계자들을 잘 알고 있다고 B씨를 안심시키면서 같은 해 12월 수업료와 로비자금 명목으로 5900만원을 송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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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1월에는 '학교에서 컨펌했으니 2월부터 시간당 수업료를 15만원을 올리고 그 중 8만원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추가로 9600여만원을 받았다. 또 입학시험 당일에 전달할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며 현금 1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돈은 총 1억 6000여만원. 그러나 A씨의 호언장담은 모두 거짓이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A씨는 합격자 발표 전 '딸은 합격하고 아들은 떨어졌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둘 다 불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에 대해 B씨 부부에게 '미국에 입시비리가 터져서 딸도 떨어졌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재판 단계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합격이 절실했던 피해자를 기망해 금원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과 범정이 매우 좋지 않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송 부장판사는 "B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시간당 10만원을 지불하면 무조건 입학시켜주겠다고 했는데 딸이 이전에 해당 학교에 2번 불합격해서 합격이 절실했기 때문에 학원에 등록하는 등 합계 1억6000여만원을 지급했다'고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B씨에게 피고인을 소개시켜준 지인도 A씨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B씨의 남편인 C씨에게 '다음주 화요일 저녁 미팅하기로 했다', '미팅 잘 마쳤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셨다' 등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역시 B씨의 진술에 부합한다"며 "이와 관련해 메시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심각한 뇌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기부입학을 반복해서 귀찮게 요구해서 거짓말로 보낸 것이다'라고 진술하는 등 피고인의 진술을 그 자체로 쉽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법정에 이르러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으며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속 사유와 필요성까지 있다고 보이지는 않다고 판단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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