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순회 한 달 남았는데 '마의 5%' 못넘어
"충청권 경선 성적표에 고스톱 달렸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캠프가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경선 윤곽이 드러날 전국 순회 경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면서다.
내달 첫주 충청권 경선결과 성적표로 '고냐 스톱이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핌 DB] |
◆ '한 자릿수' 수렁서 못 빠져나와…"전략 미스 요인 가장 커"
정 전 총리는 지난 6월 대선 공식출마 선언 이후 '5% 지지율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선이 진행될 수록 지지율은 오히려 흘러내리는 양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발표한 정 전 총리 지지율은 2.1%(오마이뉴스 의뢰·8월 9~10일 전국 18세 이상 3만9012명 접촉·응답률 5.2%·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2개월 전 같은 기관 조사보다 0.5%p 빠졌다. 예비경선이 끝나고 본경선 후보가 6명으로 좁혀진 이후에도 지지율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후보 호감도를 비롯해 갖가지 요인이 거론되지만, '전략 미스'가 가장 큰 패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경선구도가 형성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이재명 경기지사로 집중된 데다, 1위 때리기에 몰두하면서 정 전 총리가 이낙연 전 대표와의 차별화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1·2위 네거티브 공방전이 격화될 수록 반이재명 전선 수혜가 이 전 대표로 쏠렸고, 3위 이하 후보들은 반등 모멘텀을 잡긴 커녕 설 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 캠프 소속 한 의원은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아니라 2위인 이 전 대표 잡기에 집중했어야 했다. 이 전 대표 지지율을 정 전 총리가 하나도 못 가져가지 않았냐"며 "완전히 전략 미스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2위 후보와의 차별화가 어렵다면 정책 측면에서라도 두각을 보였어야 했는데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는데 실패했다"며 "이 지사가 기본시리즈, 이 전 대표가 신복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면, 정 전 총리 공약을 압축할 만한 키워드조차 떠오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1.08.11 leehs@newspim.com |
◆ "충청권 경선 성적표가 분기점"…단일화 가능성에도 '관심'
정 전 총리 캠프는 전국 순회가 시작되는 내달 첫주 주말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내달 4일 대전·충남, 5일 세종·충북에서 진행되는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성적표를 열어본 뒤 대선 로드맵을 다시 짠다는 구상이다.
캠프 관계자는 "충청권 경선 결과 3위권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한 자릿수 득표율, 즉 2위와 상당한 격차가 벌어진 3위라면 드롭 여부를 제대로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 전 총리가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상 충청권에서 얻은 지지율은 4.7%. 이재명 지사 23.0%, 이낙연 전 대표 13.4%에 이어 범여권 주자 가운데 3위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1.4%, 박용진 의원 1.0%, 김두관 의원 0.5% 순이다. 조직력이 동원되는 당내 경선 특성상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지율보다 득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어떤 성적표가 나올지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
그는 "조직력이 견고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캠프 최대 강점은 조직력인데, 3위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은 그 조직조차 와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첫 성적표가 마뜩잖으면 남은 경선을 이어갈 원동력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대로 정 전 총리가 조직력을 바탕으로 선전하면 여세를 몰아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충청권을 시작으로 영남, 호남, 강원 등 타 지역 경선에서도 이른바 바람을 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다.
'드롭 시나리오'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1위 또는 2위 후보와의 단일화안, 타 후보와의 연대없이 퇴장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이 전 대표 측은 정 전 총리를 흡수 단일화하는 안을 점치는 반면, 이 지사 측은 정 전 총리 캠프가 뿔뿔이 흩어져 분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분위기다.
이 전 대표 캠프 소속의 한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 전 총리 캠프와의 물밑 접촉이 있긴 하나 정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정 후보가 본경선을 완주한 뒤 결선에서 이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일부 초선 의원들을 제외한 중진들은 이 지사 캠프에 합류할리가 만무하다"고 자신했다.
반면 이 지사 측 의원은 "본경선에서 1·2위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3위 이하 후보 캠프에 소속된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흩어질 것"이라며 "수많은 의원들 생각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특정 후보 한명에 모두 쏠리겠냐"고 했다.
정 전 총리 소속의 한 의원 역시 "만에 하나 정 전 총리가 최종 후보로 선출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캠프에는 정 전 총리와의 개인적 인연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후보가 퇴장한다면 그 다음엔 각자 정치신념과 비전, 정권 재창출 가능성 등을 따져 제각각 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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