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없는 부영, 임대 위주 계속할 듯…송도·제주사업 '지지부진'
2세 '경영권 승계' 시동걸까…후계구도·상속세 재원마련 '안갯속'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되면서 향후 회사 경영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 회장이 지주회사인 부영 지분을 90% 넘게 보유하고 있어 그룹 내 지배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부영은 주택분양에 주력하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임대주택 위주의 사업기반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회장이 80세로 고령인 만큼 경영권 승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 회장 없는 부영, 임대 위주 계속할 듯…송도·제주사업 '가시화' 기대
12일 법조계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이 회장에게 가석방 허가 결정을 내렸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1.22 pangbin@newspim.com |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2심 결과 징역 2년 6개월 형을 받았으며,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현재 이 회장은 지주회사인 부영 지분을 93.79%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부영의 종속회사로는 부영주택(지분율 100%), 무주덕유산리조트(99.01%), 오투리조트(100%), 천원종합개발(99.55%), 더클래식씨씨(98.85%) 등이 있다. 사실상 이 회장이 부영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 복귀로 회사 내 경영환경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부영 측은 "이 회장이 모든 직에서 사임한 상태"라며 출소 후 기업경영 변화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이 회장은 작년 지주사인 부영과 부영주택, 동광주택, 광영토건, 오투리조트, 인천일보, 부영파이낸스 대부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우선 부영은 임대주택 위주의 사업기반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부영주택은 국내 최대 임대주택 사업자다. 회사가 수행하는 임대주택 사업에는 주택도시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짓는 공공임대주택과 자체자금으로 건설하는 민간임대주택이 있다. 임대 세대수 기준으로는 공공임대주택 비중(90%)이 민간임대주택(10%)보다 높다.
부영주택은 작년 말까지 임대주택 23만가구, 분양주택 6만8000가구 등 총 29만8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다. 작년 말 기준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율(분양전환 포함)은 91.8~98.7%로 집계됐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부영주택은 정부의 공공임대 정책 및 주택경기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물량이 등락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임대주택사업의 공공성, 임대주택사업 내 회사의 우수한 시장지위, 기존에 확보 임대사업 용지 등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사업기반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부영주택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투자한 곳 중 진행이 더딘 사업장도 일부 있다. 인천 송도부지(용지 장부가액 3506억원), 제주 중문관광단지(용지 장부가액 1663억원)는 개발지연으로 투자규모 대비 수익창출이 낮다는 평가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부영이 지은 공공임대주택 화성향남 6단지 [자료=부영] 2021.08.11 sungsoo@newspim.com |
◆ 2세 '경영권 승계' 시동걸까…후계구도·상속세 재원마련 '안갯속'
이 회장이 80세 고령인 만큼 경영권 승계 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빈 자리를 채웠던 이세중 회장 직무대행이 고령을 이유로 사임한 후 부영그룹은 신명호 회장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김시병 사장, 최양환 사장의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부영 내 지분승계 작업이 진행된 바 없어 향후 후계자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회장은 슬하에 첫째 이성훈 부영 부사장, 둘째 이성욱 부영주택 전무 겸 천원종합개발 대표, 이성한 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서정 부영주택 상무 겸 동광주택산업 이사 등 3남 1녀를 두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 회장에게 지분이 집중돼 있어 그룹 내 2세들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주회사 부영의 지분을 가진 자녀는 첫째인 이 부사장뿐이지만 그마저도 2.18%에 불과하다.
승계 구도가 미리 정해지지 않으면 향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향후 후계자 승계 작업에 나서면서 그룹 내 지배구조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자녀들이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금과 주식 배당금, 시중 은행 신용대출을 동원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으며, 우리은행과 농협 등에서 약 4000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사 측은 아직 지분승계 관련 구체적 논의가 나온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영 관계자는 "이 회장이 현재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상태라서 그룹 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기 어렵다"며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정해진 내용이 없고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