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해외운용사 자문 계약 종료, 시장 장악 나서
MZ세대 겨냥한 TDF 상품도 출시...'주린이 잡자'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생애주기펀드(TDF)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국내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자체적인 펀드 운용을 선언, 상품권 지급 등 투자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128개 TDF의 순자산은 7조8394억원으로 지난 2018년 1조3201억원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초 이후 TDF에는 1조9498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2883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를 이룬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이다. 가령, 은퇴 시점이 많이 남은 투자자의 경우, 주식 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한 채권 등의 비중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
이 때문에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TDF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운용사들의 전략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TDF 자체 운용이다. 국내 운용사의 경우, 기존에는 운용 역량이 부족해 해외 운용사와 손잡고 TDF를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해외 운용사 뱅가드와의 자문 계약을 연내 종료하고 독자적으로 TDF 운용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7월 'KB온국민TDF'를 출시한 이후 4년간 뱅가드의 자문을 받아 펀드를 운용해왔다. 현재 KB자산운용은 서울대 경제학과 안동현 교수 연구팀과 개발한 독자적인 글라이드패스를 활용해 'KB다이나믹TDF'를 운용하고 있다. 글라이드패스는 일종의 펀드 운용 설계도를 말한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지난달 30일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SSGA와 자문 계약을 종료했다. 대신 최근 1년 동안 성주호 경희대 교수 등을 포함한 외부 구성원들과 함께 개발한 자산배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이달부터 TDF 상품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로써 TDF를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모두 3곳으로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10여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TDF를 운용해왔다. 이들 3곳 운용사의 TDF 수탁고 점유율은 총 55%를 웃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5일 MZ세대를 겨냥한 '키움 키워드림 TDF 2050' 시리즈도 출시했다. 이 펀드는 MZ세대의 은퇴자산 마련을 목적으로 2050년을 은퇴 시점으로 설정해 운용한다. 초기 포트폴리오 비율은 성장자산(주식 등) 80%, 안전자산(채권 등) 20%로 현시점에서 성장자산을 최대한도로 투자해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일부터 '2021 미래설계TDF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는 대상 운용사인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TDF에 가입 후, 12개월 동안 자동이체 30만원을 매수한 고객에게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 1만원을 지급한다.
TDF 시장은 디폴트옵션 도입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지금보다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TDF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이고 젊은 세대의 가입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앞으로 국내에서 TDF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자체적인 운용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