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외교관계·재판 진행상황 포함"…비공개 결정
법원 "서류 해외송달 정보에 불과, 비공개대상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허재호(79)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국제 형사사법공조 자료를 일부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허 전 회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비공개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앞서 허 전 회장은 2007년 5~11월 사이 지인 명의로 보유하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9000여주를 매도해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 등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9년 7월 23일 불구속 기소됐다.
허 전 회장은 형사재판에서 공소시효 만료를 주장했고 검찰은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2015년 8월 3일부터 뉴질랜드에 머물렀으므로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허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수사기관이 소환통지나 인도요청, 국제 공조수사 요청 등을 게을리 해 공소시효가 도과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법무부에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상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며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고, 허 전 회장은 이의신청이 기각되자 정보비공개결정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허 전 회장이 요청한 자료 중 한국 정부가 허 전 회장의 거주국인 뉴질랜드에 대해 국제 수사 공조 요청 등을 한 적이 있거나 없다는 서류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비공개열람·심사 결과에 의하면 법무부가 2020년 2월 20일 외교부에 공조요청서 송부를 의뢰한 문서가 존재하는데 이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는 관련 형사재판의 공소장 부본 및 소송절차에 관한 서류들을 허 전 회장에게 해외송달하기 위해 법무부가 뉴질랜드에 서류 송달에 관한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보 내용 자체가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련 형사재판에서 허 전 회장에게 송달돼야 할 문서들이므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관련 형사재판 심리 또는 재판결과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이 현저하게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뉴질랜드에 국제 범죄인 인도요청 내지 범죄인 송환요청을 한 적이 있거나 없다는 서류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련 정보를 보유·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뉴질랜드에 허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요청이나 송환요청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역시 없다고 봐야 한다"며 "허 전 회장이 소송으로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인정할 수 없어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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