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의원 70여명, 5일 '조건부연기' 성명서 발표
與 지도부 "연기해야 할 정도의 훈련 규모도 아냐"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론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송영길 당대표가 5일 연기론에 대해 "진행은 불가피하다"고 일축한 가운데, 범여권 의원 72명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을 주도한 설훈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를 겨냥해 "불가피하다고 하기 보다 미국과 협상을 다시 해서라도 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더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21.06.22 kilroy023@newspim.com |
설훈·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 72명이 서명한 한미연합훈련 연기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북한의 상응 조치를 끌어내는 협상카드로 사용하자"며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상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다시 급증하는 코로나 19 비상사태를 고려해서라도 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리하게 연합훈련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과 관계를 잘 정리해 훈련을 연기하면 남북·북미 관계는 다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평화에 한 걸음 다가가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주저할 필요가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북쪽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데 끌려가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란 시각으로 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에도 연기론 불가방침을 재확인 한 데 대해선, 설 의원은 "협상을 다시 해서라도 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을 묻는 질문에는 "의원들 뜻이기에 청와대와 소통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늘 성명을 냈으니 정부도 거기에 대한 방안을 낼 수 있다고 본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진 의원도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조건으로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며 "한미 당국이 잘 검토해서 협의해달란 취지의 설명"이라고 했다.
이번 서명에 참여한 한 의원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어차피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 전작권 회수가 어려운 마당에 코로나 시국에서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며 "남북관계 진전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모처럼 기회가 왔다"고 연기론을 역설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차기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 물꼬를 다시 틀 수 있다면 충분히 플러스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냐"며 "지도부가 정무적 판단을 놓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다만 당 지도부가 한미연합훈련은 연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연판장이 의총 논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는 앞서 의총 논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은 게임 시뮬레이션처럼 아주 간단한 훈련이다. 연기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큰 규모로 열리는 게 아니다"라며 "이번 성명서 발표 수준에서 논의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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