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김정태 산업2부장 겸 부국장= 문재인 정권에서 부동산 민심이 그야말로 흉흉하다. 무주택자는 물론 집을 1채든 여러 채든 가진 사람 모두 아우성이다. 4년 내내 26번의 정책 발표로 누더기가 된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출에 묶인 결과는 매년 반복되는 집값 급등이다.
유주택자들은 '세금폭탄' 현실화에 보유하는 것도, 집을 내다 파는 것도 부담스러워지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내가 내 집에서 편안히 못 산다', '누가 집값을 올려 달라 했나'는 불만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무주택자의 경우는 더 절박하다. 전셋집은 씨 마른지 오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외곽으로 떠밀리는 '전세난민' 신세가 되고 있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패닝바잉'으로 '영끌'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처지다. 그러나 이마저 할 수 없는 무주택자들에게 청와대 청원 게시판만이 '벼락거지'로 전락한 본인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장(場)이 됐을 뿐이다. 이 정권의 무능과 무지를 비판하는 댓글들은 연일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요지부동이고, 누구도 책임지려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 고위직들은 고장 난 녹음기처럼 '고점 경고'와 함께 공급 약속을 되풀이 할 뿐이다. 되레 집값 급등을 국민에게 탓하며 윽박지른다. 공급 차질이 뻔히 보이는데도 공수표와 같은 사전청약으로 '눈 가리고 아웅식' 모면하려 한다. 이 같은 정부의 모습이 '양치기 소년'와 같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 文정권, 고점 경고? '시장의 경고' 먼저 들어라
이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냉소만 가득하다. 여기에 집권 여당은 한술 더 떠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막가파식' 규제를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을 유도하기 보단 '매물 잠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은 기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1주택자에게도 고가와 중저가 정권 특유의 장기인 '갈라치기'로 옥죄고 있다. 민주당은 다주택 양도세 중과도 모자라 이를 포기하고 시가 12억원 이상을 보유하는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도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대폭 줄이겠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부터 다주택자는 '1주택'이 되더라도 1가구1주택 장특 공제의 혜택을 '취득시점'이 나닌 "최종 1주택된 시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앞서 1주택자라도 장특공제의 혜택을 보유와 거주기간으로 나눠 줄이더니 아예 시세차익이 커지면 최대 50% 줄이겠다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다주택자 '전력'이란 이유만으로, 또 고가 1주택자란 이유로 사실상 또다른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우는 결과는 지금과 같은 '시장의 역습'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그나마 시장(현장)의 목소리를 왜 주의깊게 들어야 되는지에 대한 대표적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남 다음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분당에서 최근 전세물건이 쏟아지면서 전셋값도 최대 1억원이 떨어지는 등 내림세를 보였다. 이같은 전셋값이 내린 데는 분당의 신규 택지인 대장지구의 입주물량이 올해 3000가구에 달하면서 전세수급 뿐만 아니라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과천과 하남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도 전세 물건이 2배 이상 늘면서 계속 치솟았던 전셋값 급등에 제동을 걸며 해당 지역 수급에도 숨통을 트여줬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조항이 폐지된 이후 나타난 현상들이다. 이 조항은 당초 재건축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규제를 강화했으나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들을 내보내면서 서울 전세난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결국 이 규제가 무리수였음을 인정하고 '없던 일'이 되면서 일시적이긴 하나 전세물건이 급증한 것이다.
◆ 전세대란·집값 안정 단기책은 있다
전세 시장은 전형적인 수급 논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 때문에 수급 해결이 되지 않는 한 단기 대책이란 게 딱히 없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임대차 3법의 폐해다. 전세대란과 함께 집값을 밀어 올리는 사달을 낸 '원흉'으로 시장에서 규명 될 대로 됐지 않은가. 그런데 정부는 이를 잘못된 통계를 들이밀고 전세 안정으로 둔갑시키면서 '자화자찬' 일색이니 어느 나라 정부인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집권 여당의 행태는 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작금의 전세대란이 반복될 우려를 덮기 위해 신규 전세물건의 시세도 규제하고 아예 3+3으로 늘려야 한다는 법안 발의를 한다는 발상에 아연실색 할 뿐이다. 들끓는 민심에도 이 정권 정책 입안자들은 시장과 동떨어진 엉뚱한 목소리를 내고 잘못된 처방을 제시하니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다. 오죽하면 '양치기 소년'과 '해와 바람' 같은 이솝 우화(寓話)가 회자되겠는가.
이 정권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는 이상, 전세대란은 '공급폭탄'이 가시화된다고 하는 2023년 이전까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전세대란으로 인한 집값 급등세 역시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세대란을 막는 단기 처방은 '임대차 2법의 폐지'다. 전세난이 풀리면 급등하던 집값도 멈출 수 있다. 그 다음 중기책은 양도세 중과 등 징벌적 과세와 민간 분양가상한제의 폐지다. 중장기책은 서울 도심의 재개발과 재건축 공급 확대이다. 이 같은 대책없는 3기 신도시의 '공급폭탄'은 결국 서울 강남 등의 희소성을 다시 높여 집값 급등을 불러일으키고 수도권 양극화를 재연할 '시한폭탄'이 될 뿐이다. 이게 시장의 목소리이며 국민들이 바라는 집값 안정책이다. 개혁이라고 내세워 추진하는 부동산 법안 가운데 국민들에게 실험적 고통을 주는 악법은 폐지돼야 한다.
'우문현답'이란 말이 있다. 본래의 사자성어의 뜻과 달리, '우리의 문제는 현장(시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경제산업계에 널리 통용된다. 文정권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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