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고와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
입주물량 증가에 전셋값 하락한 과천·하남
말뿐인 공급대책 아닌 실제 시장이 반응할 방안 필요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예상대로 하나마나한 소리들만 늘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의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은 기존 정부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집값은 고점에 이르렀다는 경고를 내놓고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 서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 시장과 동떨어진 판단을 이어갔다.
홍 부총리의 브리핑에 대해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과 함께 "발표때마다 집값이 올랐으니 이번에도 집값 오르겠다"는 등 조롱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판단과 시장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정부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탓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사지 않은 내가 바보다" "정권 초기에 집을 사놨어야 했다"는 등의 말들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투기 행위인 '실거래가 띄우기'는 조사 결과 12건 밖에 적발되지 않아 정부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주민 호응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정부의 공급대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4대책에 따라 추진된 과천정부청사와 태릉 지역에서 주택 공급은 정부가 다음달까지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내놓기로 했지만 주민간의 갈등으로 정책 발표 1년이 다되도록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민간에 비해 빠른 사업 진행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공공 주도 정비사업들도 주민 반발에 막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결국 답은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대책에 있다.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져 나온 일부 지역들에서는 전셋값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올해 경기도 과천과 하남의 전셋값은 지난 19일 기준으로 각각 -2.31%와 -0.63%를 기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과천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5116가구가 공급됐고 하남 지역은 올해 782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물량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지만 이들 지역의 전셋값 하락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말뿐인 공급 확대보다 실질적인 공급 증가에 시장은 반응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급대책의 추진도 필요하지만 시장에 즉각적인 매물 증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양도세 완화 등 보다 적극적인 공급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서 실천해야할 때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