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불 붙은 '여가부 폐지' 논쟁…"성과주의로만 판단할 일 아냐"

기사입력 : 2021년07월14일 18:52

최종수정 : 2021년07월14일 18:52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입에서 시작된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20년의 '성과'를 따지는 그에게 사회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따라붙었다. 과연 여가부의 역할을 '성과주의'에 입각해 판단할 수 있는지, 정부부처의 정책 방향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준석이 쏘아올린 '여가부 무용론'…폐지 찬성 48.6% 조사도 등장

이준석 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여가부 무용론을 본격화했다. 그는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를 둔다고 젠더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여가부가 존재하는 동안 젠더갈등은 심해졌다"고 적었다. 이어 "성과와 업무영역이 없는 조직이 관성에 의해서 수십년간 유지돼야 하는 것이 공공과 정부의 방만이고 혈세의 낭비"라고 여가부 존립 이유를 물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1.07.13 leehs@newspim.com

이후 그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은정부론을 재차 언급하며 "여가부와 통일부는 특임부처이고 생긴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특별 임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라며 "국내에서 젠더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있는데 여가부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추진하는 등 부처의 존립을 위해 특임부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계속 만든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논쟁은 지난 7일 당내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대선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론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준석 대표는 "나중에 야권 대선 후보가 되실 분은 (여가부와 통일부의)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었다. 당사자인 여성가족부와 각종 여성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약 1000명의 유권자 가운데 48.6%가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가 나오면서 폐지론에 더욱 불이 붙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사 1014명을 대상으로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48.6%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39.8%,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6%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21.07.14 jyyang@newspim.com

이밖에도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13일에는 전국 17개 여성정책연구기관 협의체인 전국 여성정책네트워크의 성명이 이어졌다. 이들은 "여가부 폐지론은 시대착오적이며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폐지를 논할 게 아니라 더욱 확장되고 강화된 성평등 정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공군 중사 성폭력 자살 사건을 비롯해 문화예술, 체육계 등 근절되지 않는 성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과 권위적인 조직문화, 전근대적 사회인식의 산물로써 쉽게 종식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책의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담당 부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날로 심화되는 젠더 갈등, 청년 문제를 부추기기만 하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역시 해당 논쟁에 성명을 내고 "젠더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젠더 갈등에 편승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고자 꼼수를 부린다. 설사 여가부가 부족했다고 해도 부처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편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 여가부 "성차별·취약계층 위해 기능 확대돼야"…인권문제에 '성과주의' 옳을까

여가부는 갑작스레 불 붙은 폐지론·역할론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김경선 차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성폭력방지법' 시행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던 중 해당 질문에 "더 분발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겠다"면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 정책 효과가 부족한 것과 해당 정책 담당 기구가 없어지는 것은 별개이며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등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1.07.07 yooksa@newspim.com

이어 "여성가족부의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제도가 없다면 이런 분들이 어디에서 도움을 받으실 수가 있겠느냐"면서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 20년간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 확산과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여가부는 갈등해소와 사회구성원 간의 통합 그리고 조정, 취약 계층 지원과 성범죄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 역시 "최근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국민들의 우려와 지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폐지론에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1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 장관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력단절과 저출산 현상,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성별임금격차, 일상을 위협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등을 생각할 때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전담하여 해결해 나갈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기능은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 위촉위원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6.29 pangbin@newspim.com

또 "여성가족부는 젠더 폭력 피해자, 학교 밖 청소년, 청소년 한부모 등 지원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여성가족부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해, 지속 가능한 포용사회를 실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가부 폐지와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꺼내드는 것이 "여전히 성차별, 젠더갈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성과주의'를 언급하는 보수 정치세력을 향해 여가부의 성폭력 피해자 구제, 한부모·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 지원 정책들을 과연 효율성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나온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안소정 사무국장은 "여가부는 현재 턱없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거의 위원회 급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여성문제 뿐만 아니라 아동, 가족 문제도 담당하고 있는데 열악한 가운데서 성과를 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다. 성과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를 갖고 비판하고 비전과 발전 방향을 얘기하기보다 현 상황도 정확히 평가하지 않고 무조건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선동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가족부의 저평가는 과거 여성부에서 여가부로 재편되고, 되돌려지길 반복한 과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안 사무국장은 "여성부가 가족, 소외계층 관련 정책까지도 담당하게 된 데는 기본적으로 여성을 돌봄의 주체라고 생각하고 가족의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여겨진 부분이 있다. 여성만 담당할 때는 더욱 예산과 인력이 적었다. 오히려 기능을 분리해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게 하자는 논의가 발전적"이라면서 "정부 부처가 사기업과 다른 것은 공공의 역할을 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것이어서 성과주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고 덧붙였다.

jyya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광수 낙마로 본 정권 인사 수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지지율 상승과 함께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인사가 망사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조각에서 난맥상을 보이며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애를 먹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대표적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에 직면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수해 대비 현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13 photo@newspim.com 이재명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에서 첫 낙마자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지난 8일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낙마한 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인사 검증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조각에 52일 걸렸고, 문재인 정부는 195일 만에 조각을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조각에 181일이 소요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오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검찰 개혁'의 특명을 부여받았으나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 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지만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레 인사 검증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제안을 받는 인사 열에 일곱 정도는 스스로 "검증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 전 수석에 이어 추가 낙마자가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칫 임기 초반 인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여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 의원의 일원으로서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사 수난사는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발표한 1차 조각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후보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에 휘말려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도 이명박 정부의 닮은꼴이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져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6월에는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사퇴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5일 만에 학제 개편 논란 등으로 사퇴했다. 역대 정부에서 낙마자가 속출한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지만 대통령의 오기 인사도 한몫했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고집하면 주변에서 누구도 강하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 결국 주요 보직에 임명되거나 지명된 뒤 논란이 불거져 낙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leejc@newspim.com 2025-06-14 06:00
사진
李대통령, 대북 전단 처벌대책 지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에 대한 대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날 새벽 강화도에서 민간 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을 살포한 것이 확인되면서 내린 지시로 파악됐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법적인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위반한 데 대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대북 전단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해서는 법 위반 여부를 따져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통일부의 대북 전단 불법 살포 자제 요청에 '이를 어기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ideopen@newspim.com 2025-06-14 19: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