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회원제 불법되자→방송 후원금으로 전환
금융위 "후원금 모집만으로는 제재 어려워"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주식 채널을 운영 중인 A유튜버는 최근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적잖은 '후원금'을 쓸어담고 있다. 기존에는 주식정보를 제공하면서 리딩방으로 추정되는 특정 커뮤니티 가입을 유도했으나, 최근에는 후원금 모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애둘러 '후원금은 큰 힘이 된다', '후원 구독자를 위해 밤낮없이 종목을 연구중이다'며 후원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유튜버는 회원수가 무려 40만명에 달하는 한 인터넷 주식 카페의 화력 지원까지 받으면서 후원금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페는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자신들이 승인한 유튜버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금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게시글에는 후원금 전달 방법까지 자세하게 소개됐다. 특히 이 카페는 '유료 멤버쉽 가입보다는 슈퍼챗 후원을 추천한다'고 안내했다. 이는 유료 멤버쉽의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비정기 후원을 추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가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제재 고삐를 죄는 가운데 이처럼 주식 유튜버들이 편법을 통해 당국의 감시망을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비정기 후원 등의 방법은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인데, 투자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 2일 주식 유튜버가 유료회원제를 운영할 경우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리·감독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리딩방이나 주식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활동을 막아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오는 7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주식 유튜버가 유료 회원제(멤버쉽)를 운영하거나 투자정보와 관련해 질의응답을 할 경우,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제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주식 유튜버들이 유료 회원제 대신 방송 후원금으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어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식 유튜버들은 최근 유료 회원제를 폐지하고 댓글 작성 기능도 차단하고 있다. 이 같은 점만 주의하면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하지 않고 수익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은 벗어나면서 투자자문을 통한 수익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각지대인 셈이다.
한 주식투자 카페에 올라온 주식 유튜버 후원 방법 안내 게시글 [캡쳐=네이버카페] |
실제로 미국주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A유튜브 채널은 10만여명의 구독자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은 해외주식 관련 카페에서 활동하던 전업 투자자가 등장하는데,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콘텐츠 구매플랫폼(슈퍼챗)을 통한 후원을 받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유료 멤버쉽에 가입하면 유용한 투자정보를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증시토크를 주제로 채널을 운영 중인 B유튜버 역시 자신의 카페, 블로그 글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조건으로 후원금을 받고 있다. 유튜브 슈퍼챗을 통해 일정 금액 이상을 후원하면 자신이 운영하는 소수의 커뮤니티 모임에 가입시켜주는 것이다. B유튜버는 자신의 카페나 블로그에서 특정 종목 추천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 투자자 최모(35)씨는 "후원금을 내면 커뮤니티에 가입시켜준다는 주식 유튜버 말에 속아 3개월간 꾸준히 후원했는데 커뮤니티 가입은 커녕 어떠한 투자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며 "유튜브에 댓글로 항의를 했더니 댓글을 삭제해버리고 급기야 댓글을 작성할 수 없도록 기능을 막아놨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정이 이렇지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비정기 후원의 경우 현행법상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간헐적으로 시청자의 자발적 후원을 받는 것은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단순히 광고 수익이나 자발적 후원금을 받는 경우에는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 대상 또는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다만 유튜브를 통해 유료 멤버쉽이나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