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피해자들, 재심서 무죄 후 국가배상소송
형사보상금 공제해 인정된 위자료는 1/10 수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전두환 정권 시절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다 이적 단체로 몰려 고문을 받았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위자료 액수는 피해자들이 청구한 금액에 비해 미미했다.
서울고법 민사38-3부(김갑석 김민기 이호재 고법판사)는 22일 이영복 씨 등 피해자 3명과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과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1.04.01 obliviate12@newspim.com |
앞서 1심은 국가가 이 씨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를 3억원으로 정하면서도 구금에 대한 보상 및 재심 재판비용으로 이미 받은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6117만원만 최종적으로 인정했다.
선고 결과를 듣기 위해 직접 법원을 찾은 이 씨는 취재진과 만나 "항소기각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재판을 쭉 끌어온 사람으로서 이런 결과를 안기게 돼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기일 재판부에서 법정 진술할 기회를 줬다"며 "만 20세에 방학 중 고향 집에 내려갔는데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47일간 집단폭행과 고문을 당했고 지옥을 경험했다. 그런 것들을 법정에서 진술했는데 판결 내용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집권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간첩 조작 희생양이 됐는데 가해자는 아무런 사죄나 사과도 없다"며 "과거 폭력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금강회 사건은 1981년 충남 공주사범대학교에서 '역사란 무엇인가' 등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던 교내 동아리 '금강회'를 이적 단체로 조작해 학생들을 간첩으로 몰고 간 사건이다.
당시 교육학과 2학년 학생이던 이 씨 등은 충남 대공분실로 끌려가 집단 구타와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확정받고 1983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735일간 구금돼 있었다.
이 씨 등은 2019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수사관들의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1인당 12억원의 위자료를 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해자들이 고문, 협박 등 가혹행위와 불법 구금으로 인해 입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행위이자 증거조작 사건으로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며 "국가는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형사보상금을 공제한 뒤 피해자들과 그 가족에게 인정된 위자료 액수는 이들이 청구한 금액의 1/10 수준에 불과했고 국가는 이마저도 배상책임이 없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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