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반포주공 이주 수요에 동작·강남 전세난 '풍선효과'
집값 못 잡는 정부, 고강도 규제…공급부족 두드러진다
임대차3법 강행에 서울 전셋값 불안 이어질 듯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임대차 3법 효과와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고강도 규제로 인해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 재건축의 대규모 이주는 인근 지역 전셋값 변동의 핵심 변수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규모 이주와 임대차 3법 등으로 서울 전셋값이 하반기에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무리한 임대차법, 주택 공급부족, 3기 신도시 대기수요 등으로 전셋값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 이들은 서울 전셋값 이슈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최소 2~3년은 지나야 안정화 단계로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6.21 ymh7536@newspim.com |
◆ 전문가들, "하반기 전셋값 상승 불가피"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재건축 이주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이후 전셋값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전셋값은 '상승'에 무게가 실렸다. 전셋값이 내리거나 기존 계약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사실상 '제로'였다.
특히 이들은 전셋값이 현재 가격보다 최대 10% 이상 오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서초구 반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이주와 관련해 주변 전셋값이 현재 가격보다 5~1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하반기 계획이 잡힌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방배13구역 등으로 인해 전세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1·2·4주구가 오는 6~11월 이주하는 데다 맞은편의 3주구도 서초구청의 관리처분 인가를 받는 대로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다 방배13구역도 지난 3월 말부터 이주 중이다.
이로 인해 주변 전셋값은 벌써부터 들썩인다.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생활 여건이 비슷한 인근 지역 전셋집을 선점하려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서초구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인근 동작구까지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특히 재건축 이주 단지가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는 급등했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전셋집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전셋값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단기 주택공급대책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기존 주택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셋값 급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전셋값이 상승해 매맷값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남 3구는 가격 상승속도가 너무 가팔랐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다만 수십억원대의 고가 주택은 거래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최근 전세가격도 많이 올라 다주택자가 아니면 팔고 옮기기 힘들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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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 이주 수요로 주변 지역 전셋값 '들썩'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이주를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부터 신반포18차(182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이 이주에 나섰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서초구 내 이주 수요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초구 일대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5월 다섯째 주(5월 3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2% 오른 0.06%를 기록했다. 서울은 지난 3~5월 0.03%의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보이다 최근 3주간 0.03→0.04→0.06%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정비사업 이주 영향으로 서초구(0.26%) 전셋값이 급등했다. 지난해 8월 첫주(0.28%) 이후 43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초구는 5주 연속(0.01%→0.04%→0.07%→0.16%→0.26%) 오름폭을 키우는 중이다. 또 서초구 전셋값 급등 여파가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작구도 5월 들어 4주 연속(0%→0.01%→0.02%→0.06%→0.1%) 상승세다.
전셋값 신고가 경신도 이어진다. 국토부의 아파트실거래가조회를 보면 반포자이(전용면적 84.9㎡)는 지난 5월 20일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 1월 대비 2억원가량 상승했다. 또 같은 달 14일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9㎡) 전세 매물도 2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택시장에선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전세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서초구 일대는 재건축 이주 수요와 학군 등에 따른 주택 수요가 겹치면서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전세난은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 신규 주택 공급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 내 해소되긴 어렵다"며 "학군과 생활 편의 등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 수요까지 겹치며 전셋값 강세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불균형 상황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며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면 매맷값을 자극해 서울 전체의 집값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6.21 ymh7536@newspim.com |
◆ 대규모 이주로 전세대란 불가피
대규모 이주로 인해 주변 지역의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서초구와 인접한 동작구·강남구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전셋값이 치솟다 보니 이주가 끝나기 전에 전셋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증가해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셋값을 결정짓는 신규 공급 물량은 하반기에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입주물량 감소, 임대차 3법 영향,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세난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신고제 자체만으로는 임대차시장에 큰 영향이 없지만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과 연결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질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 전셋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신고제까지 도입되면서 전월세 공급은 줄어들고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 투명성 높여" vs "임대차인 부담 가중"
전문가들은 전월세신고제 자체는 시장 투명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제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앞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와 함께 시행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임대차시장의 불안을 키울 것으로 봤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기간 종료 후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며, 전월세상한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계약연장 시 임대료 인상률을 최대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실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직후 전세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은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에도 여전히 수급불균형 등으로 임대차시장을 불안한 상태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통계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71.4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지수가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서 도입된 임대차 2법으로 임대가격상한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등 무조건적인 임차인 우위 제도로 시장 부작용이 불가피했다"며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 보호만 앞세우다가 재산권 행사와 같은 임대인의 권리가 억제되는 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는 전월세 신고자료가 과세자료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임대인들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임대인들이 보증부 월세로 전환한다든가 월세 일부를 관리비로 돌리는 식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