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이북 5년간 생태계조사...멸종위기 44종 등 4315종 확인
두루미·재두루미·사향노루·버들가지는 민북지역에서만 발견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두루미와 재두루미,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동식물 상당수가 민간인통제선 북쪽지역에 서식하거나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장관 한정애)는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이하 민북지역)에서 최근 5년간 실시한 '생태계 조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생물다양성 보전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민북지역에서 이뤄졌다. 민북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생태계 조사는 처음이다. 민북지역은 민간인통제선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까지 지역(1133㎢)을 말한다.
◆ 민북지역 생태계 첫 체계적·종합적 실태조사 실시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 주관했다. 민북지역을 동부해안 등 5개 권역 39개 조사경로(작전로 등 군부대 협조를 통해 안전이 확보된 조사경로 20km 이내) 로 구분했다. 해마다 1개 권역을 대상으로 지형, 식생, 동·식물 등 10개 분야를 계절별로 조사 분석했다.
강원 철원지역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재두루미의 모습 [자료=환경부] 2021.06.16 fair77@newspim.com |
조사 결과 민북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44종을 포함해 총 4,315종으로 확인됐다. 분류군별로는 식물 1,126종(멸종위기 2종), 포유류 24종(6), 조류 145종(17), 양서·파충류 29종(5), 육상곤충 2,283종(4), 어류 81종(8),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34종(4), 거미 293종이다. 양서·파충류의 경우 국내 서식하는 54종 중 29종(53.7%), 어류는 213종 중 81종(38%)이 조사에서 관찰됐다.
민북지역은 국토면적(10만413㎢)의 1.13%를 차지하지만, 생물종 분포는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2만6814종)의 16.1%로 나타났다. 1㎢ 면적 당 생물종 수를 비교한 결과 보호지역인 국립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44종 중 두루미 및 재두루미, 사향노루, 버들가지는 현재 민북지역에서만 서식하거나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전국에 국지적으로 분포했으나 현재는 민북지역(철원·연천·파주)에서 대부분(98%이상) 월동한다. 사향노루는 1990년대까지 지리산, 대암산 등에 서식했지만, 현재는 양구, 화천 일대 민북지역에만 발견된다. 버들가지는 강원도 고성군 고진동, 오소동 및 동해안 독립하천 등 민북지역에서만 서식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두루미와 Ⅱ급인 재두루미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전세계 생존개체수의 약 50%가 철원평야를 중심으로 연천, 파주를 월동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 지역은 먹이자원이 풍부한 농경지와 휴식지로 활용 가능한 하천, 저수지가 넓게 분포해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산양과 사향노루는 강원도 화천, 양구, 고성의 산악 암반지대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야간에 산등성이에서 내려와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버들가지는 우리나라 최북단 고성군 남강 상류, 지경천 등 제한된 하천이나 산간 계곡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냉수성 물고기다.
강원도 양구 화천 일대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에서 발견된 사향노루의 모습 [자료=환경부] 2021.06.16 fair77@newspim.com |
◆ 파주·철원 등 서부지역이 양구·인제 등 동부보다 생물종 다양성 풍부
5개 권역 생물종을 비교한 결과, 파주·철원·연천 등 서부지역이 양구·인제·고성 등 동부지역보다 생물종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부평야(철원·연천) 2,409종, 중부산악(철원·화천) 2,066종, 서부임진강하구(파주·연천) 1,843종, 동부해안(인제·고성) 1,401종, 동부산악(양구) 1,350종 순으로 생물종이 다양했다. 이는 서부지역이 산림, 하천 및 농경지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됐다.
5개 권역의 39개 조사경로를 대상으로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을 평가한 결과 철원 토교, 화천 고둔골 경로 등 12개 경로가 '우수' 점수를 받아 상대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지목됐다.
철원의 토교 경로는 두루미·흰꼬리수리·새호리기·벌매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 조류가 서식하고 생물종다양성이 풍부(1,202종)했다. 화천의 고둔골 경로는 지형·멸종위기종 등 11개 지표에서 '상'으로 평가되고, 사향노루와 산양이 서식해 보호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았다.
12개 생태계 우수 경로 중 화천 고둔골 등 6개 경로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으로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아 생태계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화천 고둔골 경로는 사향노루와 산양의 서식지이나 백암산 일대 케이블카 등 인위적 교란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철원의 토교 경로는 두루미의 핵심 서식지 보호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 고성의 지경천 경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버들가지, 한둑중개, 물장군의 서식이 하천교란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경기 연천의 두현리 경로는 하상교란에 따른 모래하천(사미천)의 훼손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천의 빙애 경로는 다양한 하천지형(사력퇴적지, 여울, 소)에 살아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가는돌고기, 꾸구리, 돌상어 등을 위해 인근 군남댐의 효율적인 댐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원의 성제산 경로는 이 지역 전술도로의 절개사면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분홍장구채(멸종Ⅱ급) 집단서식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이뤄지는 제2차 비무장지대(DMZ) 및 민북지역 생태계 조사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fair77@newspim.com